세계김준석
′장관 갑질′ 조사하다 쫓겨난 감찰관
지난 15일 스티브 리닉 미국 국무부 감찰관이 해임됐습니다.
그는 무엇을 잘못해 해임까지 된 걸까요?
미국 NBC 방송은 현지시간 17일 그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보좌진 갑질에 대한 의혹을 조사중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비서관(staff assistant)에게 개 산책과 세탁물 찾아오기, 폼페이오 장관 자신과 아내의 저녁 식사 장소 예약 등 사적 업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실제 조사 중이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리닉 감찰관의 해임에 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의회 관계자들은 그의 해임을 폼페이오의 갑질 의혹을 조사한 데 대한 직접적 보복 조처로 보고 있다고 NBC는 전했습니다.
앞서 NBC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당 감찰관 해임을 건의한 인물이 바로 폼페이오 장관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개 산책, 세탁물 찾아오기…경호원들, ″권총 찬 우버이츠″ 자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갑질은 지난해 7월 불거졌습니다.
당시 CNN 보도에 따르면 2019년 4월 폼페이오 장관의 경호원 중 한명이 중국식당에서 음식을 가져오라는 요청을 받고 배달을 했다는 것입니다.
국무장관 경호와는 무관한 이 잔심부름 때문에 경호원들 사이에서는 권총을 찬 ′우버이츠(UberEats)′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왔다고 합니다.
<i>**우버이츠:파트너십을 맺은 레스토랑과 일반 개인 배달자로 이루어지는 우버의 배달 서비스.</i>
또, 장성한 아들을 집으로 데려다주라거나 심지어 훈련사에게 맡긴 개를 찾아오는 일도 있었다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당시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나 가족 누구도 경호원에게 국무장관을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에 어긋나는 일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셧다운 와중에 부인 동행 중동 방문 구설수
폼페이오 장관의 행보는 지난해 1월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 때도 구설에 올랐습니다.
폼페이오가 중동을 방문할때 아내 수전 폼페이오를 동행했기 때문입니다.
셧다운 당시 국무부 직원 대부분은 해외 출장이 금지되고 업무용 전화 사용마저 중단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폼페이오가 방문하는 중동의 국가마다 부인 수전을 위해 별도의 직원과 보안요원이 배치됐고, 이들은 수전을 현지 시장에 데려가 쇼핑을 하도록 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무급으로 일하는 셧다운 와중에 별도의 지원인력과 교통편이 필요한 사람을 데려가는게 말이 되냐는 외교관들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연방규정 위반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당시 미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금요일 밤마다 ′미운털 뽑아내기′?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6주 사이 부처 내 업무 활동을 감독하는 감찰관 3명을 금요일 밤에 잘라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리닉 감찰관의 해임 첫 보도는 현지시간 지난 15일 오후 10시에 나왔습니다.
앞서 2주 전 금요일인 1일 밤 8시쯤에는 보건복지부 감찰관 크리스티 그림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그림 관찰관은 지난달 코로나19 진단도구와 마스크 같은 의료장비가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냈다가 미운털이 박힌 겁니다.
역시 금요일인 4월 3일 밤 10시에는 마이클 앳킨슨 정보기관 감찰관이 해임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내부고발자의 보고서가 믿을 만하고 긴급하다며 의회에 제출했다가 눈엣가시가 된 인물입니다.
금요일은 아니지만 화요일인 4월 7일엔 글렌 파인 미 국방부 감찰관 대행이 자리에서 밀려났습니다.
코로나19의 타격에 따라 의회를 통과한 2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 지출을 감독하는 인사였습니다.
금요일 밤은 사실상 주말이 이미 시작돼 웬만한 기사가 아니고서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쉽지 않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금요일밤의 뉴스 투척은 선례가 많은 정치적 속임수이며 트럼프 행정부도 상당히 노골적으로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부처의 활동을 감독하는 감찰관들이 잇따라 표적이 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행정부에 충분히 충성스럽지 않다고 여기는 당국자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잘라낸 감찰관 벌써 4명…대선 앞두고 정리작업?
반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리닉 감찰관 해임과 관련해 ″우리는 큰 문제가 있다. 일부는 그걸 ′딥 스테이트′라고 부르는데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충성파 인사의 기용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딥 스테이트′는 국가 정책을 왜곡하는 막후의 기득권 세력을 뜻하는 용어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약화하려는 세력의 존재를 끊임없이 거론하며 이 용어를 써왔습니다.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CNN에 출연해 ″대통령에게 연방 공무원을 해임할 권리가 있으나 감찰관의 조사에 대한 보복처럼 보이면 불법일 수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과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 밥 메넨데스 의원은 리닉 감찰관 해임에 대해 22일까지 관련 기록을 정부에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