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25 10:42 수정 | 2020-07-25 15:24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이 요상한 자세는 무엇인고?</strong>
평양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인 주체사상탑.
김일성 탄생 70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150m 높이의 거대한 구조물을 배경으로 금발머리에 푸른 눈의 남성이 요가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요아힘 뵐스트룀입니다. (https://twitter.com/jchmbrgstrm)
지난 2019년 9월 대사로 부임한 그는 평양 입성 넉달 만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은 지난 1월 국경을 닫았는데요. 3월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행 특별기로 외교관과 국제기구 직원 수십명이 북한을 빠져나간 뒤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인은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요아힘 대사는 꿋꿋이 평양을 지키며 일상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고 있는데, 둘러보니 그의 요가 사랑이 눈에 띕니다.
대동강변, 개선문 앞, 장소도 다양합니다. 코로나19로 도시간 이동에 제한이 생긴 북한의 일상에서 요가는 그에게 큰 위로가 되는 듯 합니다.
″제가 물구나무서기 동작을 하고 있으면 몇몇 평양 시민들은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 해요. 그래도 요가를 하는 동안 주민들이 피상적으로나마 웃어주거나 말 걸어주는건 참 보람 있습니다.″ (7월 23일 로이터와의 인터뷰)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요가로 심신 달래</strong>
3월에 비행기로 수십명이 떠나간 뒤 5월 말엔 스웨덴 대사관과 이웃하던 영국대사관 직원들도 북한을 빠져나갔습니다.
국경 폐쇄로 물자조달이 힘든데다 대면 접촉도 예전보다 어려워져 외교관들이 일을 할래야 하기 힘들어진 상황이 반영됐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스웨덴 대사는 쉽게 평양을 못 뜨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웨덴은 영구 중립국입니다. 남북한의 정전협정 이행을 감시하는 중립국 감독위원회에도 스위스와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런 특수한 지위에 따라 주 북한 스웨덴 대사관은 북한에서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해 1월, 하노이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스티븐 비건 당시 북핵협상 수석대표(현 국무부 부장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최선희 외무부 제1부상이 3자 대면을 한 곳도 바로 스웨덴 스톡홀름이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지난해 10월 스톡홀름에서 비건 대표와 김명길 북한 대사가 만났었죠.
그래서 요아힘 대사는 요가로 마음과 몸을 단련하며 대화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단전과 단수가 일상이고 외부와의 소통도 자유롭지 않은 평양이기에, 주변 환경에 관계없이 내 몸 하나로 요가를 할 수 있는 건 amazing! 놀라운 일입니다.″ (7월 23일 로이터와의 인터뷰)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북한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러시아 대사</strong>
중립국 대사답게 정치적 표현을 자제하고 자신의 일상을 주로 전하는 요아힘 대사와 달리 주 북한 러시아 대사는 북한의 입장을 전하는데 적극적인 편입니다.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 북한 러시아 대사는 꽤 자주 러시아 매체와 인터뷰를 하는데요. 주재국인 북한의 입장을 매우 충실히 반영하는게 인상적입니다.
올해 초 그가 전한 북미 대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근본적인 대북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 완화 행보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동반되는 식의 ′잔돈 흥정′은 더이상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2월 10일, 리아노보스티와의 인터뷰)
국경을 닫긴 했지만 코로나19 환자가 없다는 북한의 말을 믿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던 5월에도 북한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인터뷰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했고, 감염자가 없다는 북한 당국의 발표를 신뢰한다″ (5월 20일, 인테르팍스와의 인터뷰)
또 김여정 제1부부장을 내세워 한국을 압박하고 정작 김정은 위원장 자신은 두문불출해, 건강이상설이 다시 고개를 들던 6월에도 북한이 흡족해할만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와병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그가 덜 자주 대중 앞에 나타나고는 있지만 북한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6월 29일,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대사관 공식 페이스북 운영도 활발</strong>
주 북한 러시아 대사관은 페이스북에 공식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2-3일에 한번 평양 돌아가는 모습을 전하거나 북-러 관계에 대한 내용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21일에는 대사관에 근무하는 러시아 직원들과 북한 주민들이 한 데 어울려 야유회를 즐기는 모습도 올랐는데요.
키 차이가 꽤 나는 러시아인과 북한 사람이 2인 3각을 하고, 마체고라 대사가 배구를 하며 스파이크를 날리는 듯한 모습, 노래자랑 등이 사진에 담겼습니다.
적어도 이 사진들에선 마스크를 한 사람은 없었고 다들 건강하고 즐거워보여 평양에서 코로나 19가 어느 정도 통제가 되고 있나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또 북-러 관계가 언급된 북한 매체의 보도를 스크랩하거나 양국 대사관의 교류 현황을 전하는 포스팅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고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트윗으로 일상 전하던 영국대사는 서울로</strong>
스웨덴 요아힘 대사보다 먼저 트위터로 북한의 일상을 전하던 이는 콜린 크룩스 주 북한 영국대사였습니다. (https://twitter.com/ColinCrooks1)
북한의 다양한 곳들을 방문하고 사진을 올렸기 때문에 늘 한국 기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데요.
지난해 10월 무관중으로 진행된 남북 월드컵 예선전 현장에서 문제의 텅빈 관중석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 이가 바로 콜린 대사입니다.
무관중 경기 직후인 10월 23일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금강산 관광지구를 찾아 ″너절한 남측 시설을 걷어내라″고 밝혀 남측이 발칵 뒤집혔는데요.
며칠 뒤 콜린 대사는 자신이 방문한 금강산 관광지구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려줬습니다. 덕분에 김 위원장이 ″너절하다″ 표현한 시설들이 현재 어떤 모습인지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알고보면 크 서방? 지금은 서울에</strong>
콜린 대사는 예전에 주 서울 영국대사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 때 한국 여성과 결혼해 알고 보면 한국 사위라는데요.
5월 말 단둥을 통해 북한을 빠져나가 본국으로 돌아간 그는 6월부턴 서울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서울의 매미가 평양의 매미와 다른 사투리를 쓰는 것 같다며 매미소리를 비교한 트윗을 올리기도 한걸 보면 이젠 일터인 평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