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1-18 16:25 수정 | 2021-11-18 18:03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연일 오르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에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에 육박하고 제2 금융권보다 더 높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대출금리 상승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규제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위원회가 예정에 없던 설명자료를 배포해 해명에 나섰습니다.
대출 준거 금리와 가산금리의 합에서 우대금리를 빼면 대출금리가 되는데 금융위는 대출 준거금리가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권이 대출금리 기준으로 삼는 국채와 은행채의 금리가 하반기 들어 상승했는데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가산금리가 오르고 우대금리가 축소된 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9월 기준으로 신용대출 신규 취급금리는 은행권 4.15%, 제2금융권 3.84%로 은행권 금리가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상승률 목표치를 6%대로 설정하면서 총량규제 나서자 은행들이 이를 핑계로 대출금리를 올렸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금융위는 반박했습니다.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은행권과 제2금융권 간 자금조달 비용의 차이가 줄고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 완화됐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3) 예대 금리차 큰 변화없다?</strong>
최근 하루가 다르게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소비자들은 예대금리차가 커지고 있다고 느낍니다.하지만 금융위는 2달 전인 9월 자료를 기준으로 예대금리차에 큰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019년 유동성 과잉으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크게 낮춘 이후 1%p 후반대에서 2%p 초반대의 예대금리차가 유지됐다는 겁니다.
<은행 가계대출 예대금리차> (금융위원회 제공, %p)
2017년 말 1.8 -> 2019년 말 1.38 -> 2020년 말 1.89
2021년 2.02(3월) -> 1.98(6월) -> 2.01(7월) -> 2.07(8월) -> 2.01(9월)
다만 10월엔 예대금리차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정확한 10월 수치는 11월 말에 한국은행에서 공식자료가 나오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시중 은행들에 문의하면 금리는 금방 알 수 있는데 말이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대출 금리는 은행의 영업권?</strong>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금리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건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은행들의 영업권을 침해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불과 지난 2017년, 예대 금리 차이가 1.8%p로 벌어지자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관계자들을 소집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가산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은행들이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대출금리를 정할 수 있지만 그만큼 ′대출금리 산정체계가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점검에 나선 금융감독원은 2018년 6월, 부당하게 금리를 높인 은행 3곳(경남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을 적발했습니다. 조사해보니 대출고객의 소득을 적게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이 부과하고(경남은행), 전산 시스템에 있는 기준과 달리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식(하나은행)으로 대출이자를 부풀렸습니다. 적발된 은행들은 더 받은 이자 27억 원을 고객들에게 돌려줬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정부개입, 그때는 가능, 지금은 불가능?> </strong>
당시 시장개입에 적극적이었던 금융당국이 지금은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당시엔 시중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를 잘못 입력하는 대형사고가 났기 때문에 개입할 수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불과 3년 전 대출이자가 적정한 지 따졌던 정부가 부동산 가격 잡기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은행들의 이자 잔치를 눈감아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시장 자율성을 강조하는 금융위가 한편으론 카드업계를 대상으론 가맹점 수수료율 낮추기 위해 원가를 계산하며 개입하고 있는데, 만만한 카드사에만 개입하고 거대 은행들은 놔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음 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인상결정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출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금리가 오르니 은행들도 이에 발맞추어 대출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높겠죠. 참고로 올해 국내 은행들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15조 5천억 원)은 이미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12조 1천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대출이 늘어난 만큼 이자 수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금융당국 ″은행에 신호 주고 있다″</strong>
이후로도 금융당국은 지켜보기만 하는 걸까요? 금융위 관계자는 ″고승범 위원장이 최근 예대마진 추이를 모니터링 하겠다고 공개발언 했는데 이는 은행권에 예대금리차를 너무 벌리지 말라는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비슷한 발언을 최근 여러 차례 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신호를 은행들이 언제쯤 알아차릴까요? 나날이 바뀌는 은행 금리에 그 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