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24 14:30 수정 | 2021-02-24 15:36
연초 들어 지지율 1위 대선주자로 부상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일 ′기본소득′ 정책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약′인지 ′독′인지 언뜻 봐선 모호한 이 정책을 둘러싼 대논쟁에 대권잠룡으로 분류되는 여야 주자들이 일제히 가세했다.
여권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근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까지 참여했다. 보수진영의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논쟁에 합류했다.
기본소득 논쟁에는 크게 4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1) 왜 지금인가? 2) 정의로운가? 3) 실현 가능한가? 4) 포퓰리즘인가?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2일 <집중취재M> 코너를 통해 이 4가지 질문을 다뤘다. 좀 더 심층적인 답을 얻기 위해 여러 전문가들을 만났다. 물론 이 지사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인터뷰에 응한 이 지사는 30여분 간 자신의 기본소득 구상을 설명했다. 뉴스에 담지 못한, 이 지사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지율 1위 주자의 정책구상인 만큼 공론화에 부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판단은 시청자와 독자들의 몫이다.
아래는 이 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왜 지금 기본소득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대한민국이 왜 기본소득의 시험무대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비판도 있다.</strong>
▲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공급 부족 시대에서 공급 초과 시대로 질적인 전환을 했다. 이에 맞춰 정부의 기능은 과거처럼 공급을 지원하는 쪽이 아닌 총수요 지원 쪽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상황을 보자.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가 높은 실업률이다. 두번째는 저출산이다.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생겼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뭘까. 나는 저성장때문이라고 본다.
과거엔 현실이 어려워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미래가 밝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길렀다. 그런데 지금은 저성장 시대다. 마이너스 성장 시대다. 추가의 소득, 추가의 기회가 없으니 젊은 세대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이들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생각에 출산을 거부한다. 심각한 구조적 상황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의 뿌리는 결국 높은 기술혁신 때문이다. 기술혁명으로 공급량은 대폭 늘었지만, 오히려 기술혁명 때문에 노동의 몫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윤이 특정 대기업, 글로벌 기업에 축적됐고, 자본이 가계로 흘러들어가지 않으면서, 소비가 점점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경제에 개입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은 단순하다. 소비를 촉진해야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도록 해야 한다. 소비역량, 즉 가계소득이 안정적으로 늘어나야만 지속적 경제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 그렇게 되어야 우리가 걱정하는 저출산, 청년 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지역화폐를 주장하는 이유도 소비 촉진의 효과 때문인가?</strong>
▲ 그렇다. 해외 사례를 보자. 일본이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봤다. 그런데 사람들이 미래가 불안하니까 다 저축했다. 코로나 사태에서도 일본은 1인당 10만엔씩 지급을 했다. 그런데 실제 사용된 금액은 10%에 불과했다고 한다. 미국도 국민에게 1200불씩 지급을 했다. 통계적으로 보면 아직 50%도 다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도의 경우는 좀 달랐다. 외국의 사례를 보고 3개월 안에 반드시 쓰도록 했다. 때문에 전액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대형 유통점이 아니라 골목의 영세 자영업자에게 쓰도록 했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혜택을 보면서 경기 활성화 효과가 아주 크게 나타났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기본소득은 쉽게 말해 일을 하지 않아도 국가가 돈을 준다는 정책이다. 일을 안해도 돈을 받는다면 결국, 노동 의욕이 약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strong>
▲ 그런 우려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풍요로운 삶을 살 만큼 고액을 지원할 경우에야 가능한 일이다. 경제력으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내가 말하는 기본소득은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비 정도인 월 50만 원으로 하자는 것이고, 이 50만 원을 받았다고 해서 일을 안 할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또 하나는, 기술의 혁신 때문에 미래에선 노동의 비중이 작아진다. 일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인공지능과 기술혁신으로 충분히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익의 일부는 같이 나눠 써야 시장이 유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해야 자본주의 체제도 유지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사회적 정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극단적으로 가정해보자. 기초생활수급자도, 재벌 회장도 똑같은 돈을 받는 게 맞냐는 것이다. </strong>
▲ 정부는 돈을 쓰려면 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재원 마련에 도움이 되는 부자를 제외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만 지원을 하면, 다음부터는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진다. 조세저항이나 정책저항이 생기는 것이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을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성이 없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본다고 확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기본소득이 중산층이나 부유층의 정책 저항을 줄이는 방안이라는 것인가?</strong>
▲ 그렇다. 세금을 내지 않는 누군가가 혜택을 보는 정책을 독려할 이유도 없고 그걸 위한 증세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내가 내는 세금을 나도 공평하게 혜택을 본다고 하면 저항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이런 지출을 현금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내에, 동네 골목상권의 영세 자영업자에게 쓰도록 유도하면 경제 승수효과가 커진다. 경제 볼륨 자체가 커지니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도 결국 이익을 본다. 그들도 반대할 이유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기본소득을 주려면 결국 증세는 필수다. 지금은 조세 감면 등의 방법으로 증세 없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한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조세 감면도 증세다.</strong>
▲ 정치가는 국민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증세 없는 복지하겠다는 자가당착적이고 모순적인 얘기를 정치권에서 계속 해왔다. 그러니까 정치가 원래 그런 거지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난 그러면 안 된다고 본다. 우리는 앞으로 증세를 해야 한다. 바이든도 증세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중세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OECD 평균을 볼 때, 현재보다 2배 정도로 사회복지 지출을 해야 OECD 평균에 겨우 다다른다. 결국 증세를 하고 증세에 따라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기본소득을 하기 위해선 조세 저항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 아닌가</strong>
▲ 처음부터 대규모로 하면 불신에 의한 조세 저항이 클 수 밖에 없다. 저항이 거의 없는 수준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이게 매우 유용한 정책이다, 증세해서 기본소득을 늘리는 게 나의 소득 확대에 도움이 되고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나라에도 도움되고, 이웃에도 도움되고, 나에게도 도움된다고 국민이 확신하게 되면 그때부터 증세와 기본소득 증액을 동시에 하면 되는 거다.
1차 재난지원금을 보자. 1인당 26만원 정도를 가구 단위로 받았다. 엄청난 경제 효과가 있었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었고, 연대의식이 생겨났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생겨났다. 같은 규모로 1년에 두 번 하면 1인당 50만원이고, 그러면 25조원이다. 1년 예산의 5%가 되지 않는다. 매우 작은 금액이지만 일단 체감을 하지 않았는가.
다음 단계로 탄소세가 있다. 탄소세는 어차피 얼마 뒤부턴 내야한다. 탄소 사용량을 줄여야 하니까 그렇다. 데이터세 등도 그렇다. 데이터를 매번 생산하는데 이익은 대기업이 보지 않는가. 그것도 일부만 회수해서 국민들이 골고루 나눠 갖자는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세 역시 일자리를 대체하니까 그것도 세금으로 온 국민이 나눌 수 있다.
소득세를 1% 올려, 그만큼은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자고 할 수도 있고, 부가세를 1% 올려 그만큼도 기본소득에 사용할 수도 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있다. 지역화폐도 그렇다. 보수쪽에선 매표행위라는 원색적 비난도 하고 있다.</strong>
▲ 원래 대의민주주의 자체가 포퓰리즘이다. 시스템 자체가 그렇다. 주권자인 국민이 원하는 걸 잘 처리해서 재신임 받아가는 과정이 대의 민주주의제도이다. 국민이 원하는 바람직한 일을 잘하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면 그건 잘하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의 가계소득도 지원하고, 소상공인 매출도 지원하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방식을 사용해서, 소상공인도 좋아하고 도민도 좋아하는 일을 했다면 그건 포퓰리즘이 아니라 훌륭한 정치를 한 것 아닌가. 만약 바람직한 일, 대중에게 해야할 일을 포퓰리즘이라고 붙여서 못하게 한다면 그게 진짜 악성 포퓰리즘이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러면 제가 포퓰리즘 행정을 했느냐. 해서는 안 될 일이면서 우리 도민, 또 과거 성남시민이 원하는 일을 해서 나쁜 결과를 만든 것이 뭐가 있었는가. 아무도 이에 대한 답을 못한다. 난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이면서, 해야 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했을 뿐이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본소득을 굽히지 않을 것인가</strong>
▲ 국민의 집단지성을 신앙처럼 확신한다. 나는 권력도, 조직도, 돈도, 학벌도, 지연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결국 국민의 지지를 받는 유일한 길은 주권자로서 맡기신 일들을 대리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성과로 만들어 되돌려드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