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승규

[2021전관특혜보고서] 감사원은 누가 감사하나요?

입력 | 2021-11-04 11:40   수정 | 2021-11-04 15:59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최재해 아닌 최재형 청문회?</strong>

지난 2일 최재해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이 났습니다.

최재해 후보에 대한 청문회 자리였지만 오히려 관심은 전임 감사원장인 최재형 전 원장에게 쏠렸습니다.(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이름이 상당히 유사해 헷갈리는 면이 있습니다.)

최재형 전 원장이 헌법상 보장된 감사원장의 임기 4년을 다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했기 때문입니다.

최재해 후보자에게도 이와 관련된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이에 대해 최재해 후보자는 처음에는 다소 답변을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타가 계속되자 ″공직자가 자기 자리를 사유화한다든지 정치화한다든지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전관이 현관으로</strong>

여야는 청문회 직후 곧바로 ′적격 의견′을 담은 청문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1989년부터 28년간 감사원에서 근무하며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게 적격 판단의 이유였습니다.

실제 최재해 후보자는 기획관리실장과 제1사무차장, 감사위원을 두루 역임한 정통 감사원맨입니다.

하지만 그의 행보에는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2018년 퇴임 후 두 달만에 곧장 LS전선 비상임감사로 영입돼 활동한 점입니다.

물론 LS전선이 감사원의 직접적인 감사를 받는 공기업도 아니니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이 업무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그 힘이 막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 감사원장의 수장이 될 인물이 직전까지 특정업체에 몸담고 있었다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전관(前官)이었던 최재해 후보자는 이제 현관(現官)으로 변신하게 됐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피감기관으로 옮긴 감사원 전관들</strong>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출신 전관들의 취업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곳은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실이었습니다.

소병철 의원은 지난 5년간 9개월간 감사원 퇴직 공무원 26명이 피감기관에 새로 취업한 지적했습니다.

방금 언급한 최재해 후보의 경우 퇴직 후 자리를 옮긴 곳이 민간기업이었지만 소 의원이 지적한 26명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인 피감기관과 그 자회사 혹은 계열사에 취업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스트레이트는 소병철 의원실로부터 자료를 받아 누가 언제, 어디로 자리로 옮긴건지 확인해봤습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지난 8월까지 감사원 제1사무차장을 맡았던 전광춘 전 차장이었습니다.

전광춘 전 차장은 감사원 대변인과 기획조정실 실장을 차례로 지낸 감사원내 엘리트였습니다.

하지만 전 차장은 사임한지 불과 한 달만에 산은캐피탈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부사장의 연봉은 최소 3억5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문제는 산은캐피탈이 감사원 피감기관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라는 점입니다.

더구나 전 차장이 맡았던 제1사무차장 산하에는 산업금융감독국이 있었습니다.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는 산업금융감독국 산업금융3과에 맡고 있습니다.

이 지휘라인의 상단에 있던 전 차장이 돌연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직을 옮긴 것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감사원 직원은 취업심사 프리패스?</strong>

피감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감사원 전관들은 또 있습니다.

올해만해도 3월에 감사원을 떠난 국장급 감사공무원이 국가철도공단 상근감사로 재취업했습니다.

3급 출신 전관은 한국석유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4급 출신 전관은 한국부동산원 감사실장으로 금세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들이 피감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감사원의 객관성과 중립성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더 놀라운 건 이들이 모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에서 적격판정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소병철 의원은 지난 5년9개월간 취업심사를 신청한 감사원 퇴직자 76명이 모두 취업승인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가뜩이나 느슨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퇴직자 취업심사의 그물망이 감사원 전관들에게는 더 허술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공기업 저승사자′는 누가 감독하나?</strong>

감사원은 ′공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곳입니다.

감사원장의 임기를 헌법으로 따로 보장할 정도이니 그 일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내년 5월부터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되면 이 법을 근거로 감사원의 감독 권한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 출신 전관들의 잇단 피감기관 사례에서 보듯 감사원과 감사원 출신 인사들에 대한 감독은 허술하기만 합니다.

감사원이 칼을 휘두르기만 하고 견제는 받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새 원장이 될 최재해 후보자는 외부의 이런 비판을 불식시킬 수 있을까요?

사상 첫 감사원 내부 출신 감사원장의 행보를 앞으로 주목해야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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