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양효경

유엔보고서 "언론중재법, 표현의 자유 제한할 수 있어"

입력 | 2021-09-01 14:17   수정 | 2021-09-01 14:18
유엔 인권 전문가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국 정부에 제기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오늘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홈페이지에 공개된 8월 27일자 서한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정보의 자유와 언론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보고관은 한국도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9조가 정부에 의사·표현의 자유를 존중·보호할 의무를 부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허위정보를 금지한다는 취지만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그런 제한은 ICCPR 19조 3항, 20조와 ″밀접하고 구체적인 연관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ICCPR 19조 3항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적 제한을 허용하지만,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및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를 위한 경우로 한정합니다.

20조는 ″전쟁을 위한 선전″,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이 될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의 고취″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보고관은 현 개정안은 이들 조항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것 같다며 ″당국에 과도한 재량을 부여해 임의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관은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허용한 개정안 30조 2항의 매우 모호한 표현이 ″뉴스 보도, 정부·정치 지도자·공인 비판, 인기 없는 소수 의견 등 민주주의 사회에 필수적인 광범위한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우려는 2022년 3월 대선 기간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정보 접근과 사상의 자유로운 흐름이 특히 중요한 시기에 커진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손해배상 규모가 ″균형에 맞지 않는다″며 ″과도한 손해배상이 언론의 자체 검열을 초래하고 공중의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한 중요한 토론을 억누를 수 있음을 진지하게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고의·중과실 추정에 대해서는 ″언론인들이 이 같은 유죄 추정을 반박하기 위해 취재원을 누설하도록 강요받을 수 있으며 이는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관은 정부가 이 같은 우려를 국회의원들과 공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언론중재법이 ICCPR 19조 등 국제인권법상 정부의 책무와 어떻게 일치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고, 개정안이 국제인권기준과 일치하도록 수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인권 침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국 정부에 권고할 수 있습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보고관의 활동은 인권이사회에 보고되며 국제사회에 공론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