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9-01 10:52 수정 | 2022-09-01 11:19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압류 걸린 건 전혀 몰랐다″</strong>
최근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정말, 당황스러워요. 계약할 때는 깨끗했던 등기부등본인데 압류까지 걸려 있을 줄이야‥앞이 깜깜해요.″
취재진이 처음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비슷한 이야기로 입을 엽니다.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압류가 걸려, 법원에서 경매 처분을 한다는 통지서를 받고서야 ″아, 뭔가 잘못 됐구나″하고 알게 되는 세입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세입자들 이른바 ′현타′를 받는 거죠.
세입자들이 조심을 해도,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전세 계약을 할 때 아무리 꼼꼼하게 등기부등본을 떼 확인을 하고 동사무소에 가서 확정일자를 받아도 사실 소용이 없습니다. 집주인이 무슨 빚을 얼마나 졌는지 세입자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세 계약을 할 때 등기부등본이 깨끗했다고 하더라도, 집주인이 빚이 많거나 세금을 안 냈다면, 언제든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압류에 걸려 경매에 넘어갈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겁니다. 당연히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알려줄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니 세입자는 아무것도 모르다가 법원 경매 통보를 받아 든 뒤에서야 알게 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악덕 집주인 그들은 누구?</strong>
▶[단독] 대한민국 빌라황제 1,242채 권 모 씨는 누구? 31명이 1만채 소유
<a href=″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2747_35744.html″ target=″_blank″><b>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2747_35744.html</b></a>
문제는 고의적으로 이런 사고를 내는 집주인들이 많다는 겁니다. 이들은 갭투기로 집을 사 모으는 전문 임대사업자들입니다. 이들은 보통 빌라를 세입자 돈으로 삽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서에 있는 한 빌라 매매가가 2억 원이면, 전세를 2억 원에 내놓습니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공시되는 시세도 없습니다. 더구나 신축 빌라의 경우 거래된 내역도 없으니, 그냥 부동산 중개인이나, 집주인이 시장에 내놓는 가격이 거래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빌라 매매가가 2억 원인데 전세가가 2억 원이라면, 결국 집주인은 세입자 돈으로 빌라 한 채를 사는 셈이 되는 겁니다. 세입자는 이른바 ′깡통주택′을 전세로 얻게 되는 겁니다. 이런 수법으로 많게는 1천 채, 수백 채의 집을 사 모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MBC뉴스에서는 <대한민국 빌라황제 1,242채 권모씨는 누구? 31명이 1만 채 소유> 라는 보도를 통해 그들이 누구이며, 얼마나 집을 갖고 있는지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결국 남에 돈 끌어다가 집을 사놓고, 세금 등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집주인들. 급한 불 끄겠다며 세입자 돈으로 폭탄 돌리기 하다가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전세 사기 폭탄, 1조 6천억 원</strong>
▶[집중취재M] 전세사기 시한폭탄 8천6백억 원 더 있다
<a href=″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3131_35744.html″ target=″_blank″><b>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3131_35744.html</b></a>
이들이 사기 친 피해 금액 규모는 더 놀랍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7천275억 원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터질 금액은 더 많습니다. 8천60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러니까 1조 6천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피해 금액이 전세 사기로 발생한 겁니다.
특히 가장 많은 집을 사들인 빌라 황제 권 모 씨만 따져보면 600여 채, 1천억 원이 넘는 전세금을 떼먹었습니다. 권 씨가 빌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시기는 재작년 2월부터 작년 10월까지입니다. 전세 계약 기간이 2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세입자들 대부분은 아직 자기가 사기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도 주택도시보증, HUG에서 전세 보증을 받은 사람들만 계산한 수칩니다. 권 씨 소유의 집이 1천2백 채가 넘는 만큼 HUG 보증을 받지 못한 세입자들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는 겁니다.
이는 권씨 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악덕 집주인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전세 사기 피해 규모가 2조 원이 넘을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전세금 떼이고, 빚만 늘었다</strong>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 몫입니다. 당장 집이 압류에 걸려 경매에 넘어간다고 해도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경매로 처분된 집값으로 가장 먼저 떼가는 게 세금입니다. 세입자가 전세 확정일자를 받았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악덕 집주인들 상당수는 수십억 원 규모의 세금을 체납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세입자들 전세금을 고스란히 돌려받기는 어렵게 되는 겁니다. 전세금 마련한다고 수천만 원 이상 대출을 받은 세입자들 매달 수십만 원의 이자 감당도 어려운 상황인데, 전세금까지 못 받고 거리로 내몰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일부 세입자들은 집주인을 상대로 민사 소송도 제기합니다. 정당한 내 돈 받겠다는 건데, 변호사 비용에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결국 모든 비용은 세입자 몫이 됩니다. 그나마 주택도시보증공사 HUG에서 발급하는 보증보험을 가입한 세입자라면 다행입니다. HUG 보증으로 전세금 원금은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HUG에서 관리하는 악덕 집주인이거나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거절된 세입자들은 기댈 곳조차 없게 되는 겁니다.
저희가 만난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청년들입니다.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로 상경한 취준생이거나 첫 직장 생활을 하는 사회 초년생 등 모두 꿈을 좇는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부동산 거래를 처음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사를 가고자 하는 동네에 직접 찾아가 부동산 발품을 팔며 돌아보기를 하기보다는 부동산 중개 어플이나, 인터넷 홍보글을 보고 찾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주인들은 이런 점을 교묘하게 노립니다. 세입자들에게 대출금 이자까지 지원해 준다는 미끼를 던지는 겁니다. 보통 1억 원에 대한 일 년치 이자를 지원해 주겠다고 세입자에게 제안하는데, 입주하자마자 현금으로 2~300만 원을 입금해 줍니다. 당연히 이자 부담인 세입자들은 이런 집주인의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습니다. 결국 몇 백 만원의 미끼에 속아 수억 원의 전세금을 날릴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걸려들어 계약서를 쓰고 나면 집주인은 돌변합니다. 경매에 넘어간다는 법원 통보에 놀라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도 연락은 안 됩니다. 중개해준 공인중개사를 찾아가도 본인들은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입니다. 어렵게 집주인과 연락돼 전세금 돌려달라고 요구를 해도, 알아서 후임 세입자를 구해놓고 그 전세금 받아서 나가라며 배짱을 부리기 일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집값=전셋값, 이런 집은 피하자</strong>
전문가들도 이런 전세사기 피하지 쉽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집을 어떻게 굴리고 있는지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가지 조언을 잊지 않았습니다. 일단 집값과 전셋값이 비슷한 집이라면 의심해 보라는 겁니다. 보통 집값만큼 전셋값을 요구한다는 건, 전형적인 ′깡통주택′인 만큼 가급적이면 계약을 피하는 게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또 전세 계약을 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