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27 11:01 수정 | 2022-05-27 11:44
북한이 오는 30일부터 4주간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게 됩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연일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이 전 세계 국가의 군비축소를 논의하는 협의체를 대표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11년 만에 다시 온 북한 차례</strong>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건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돌아가면서 맡기 때문입니다.
유엔 군축회의에는 우리 정부를 포함해 모두 6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북한 또한 65개 회원국 중 하나입니다.
군축회의 의장국은 65개국이 알파벳 순서대로 4주씩 돌아가면서 맡게 됩니다.
올해는 중국, 콜롬비아, 쿠바, 북한, 콩고민주공화국, 에콰도르 순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오는 30일부터 6월 24일까지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의장국의 자격을 따진다면 북한은 이를 맡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무기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장국은 그냥 돌아가면서 맡는 것이기에 북한도 의장국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11년 전인 2011년에도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북한은 그때도 무기 개발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북한 의장국 수임 보이콧 해야″</strong>
앞서 국가안보실의 김태효 1차장은 ″북한 당국이 원하는 핵실험 규모와 성능을 평가하는 마지막 준비단계에 임박해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역임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북한이 다가오는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5월 30일) 주간에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측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공휴일에 도발해 주목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5월 30일을 북한의 핵실험 디데이로 지목한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이날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북한은 군축회의 의장국이 되자마자 군축과 가장 반대되는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셈이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이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수행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엔을 감시하는 NGO인 유엔워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에 북한의 유엔 군축회의 의장직 수임을 보이콧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유엔워치는 ″북한은 세계 최고의 무기 확산국″이라며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물론 미사일과 핵 기술을 다른 ′불량정권′에 팔아넘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모든 회원국과 비회원 참관국을 향해 ″북한이 주재하는 군축회의에 대사 파견을 거부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북한이 주도하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도록 보이콧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유엔워치의 성명에는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HRNK) 등 30개 기관이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없다″</strong>
유엔 군축회의는 1979년 설립된 세계 유일의 다자 군축 협상 포럼입니다.
24주간의 회기 동안 핵을 비롯한 각종 무기의 군축과 핵분열물질 생산금지 방안 등을 논의합니다.
하지만 군축과 관련해 각국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실제 실효성 있는 성과를 도출해내진 못하고 있습니다.
유엔 군축회의가 사실상 식물조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의장국의 역할도 제한적입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월 북한이 곧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게 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미국의소리) 측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떤 군축회의 의장도 미국을 포함한 다른 모든 군축회의 회원국의 합의 없이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