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손구민
아동학대범이 피해 아동의 보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제한 등을 받지 않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처벌 근거가 되는 아동학대처벌법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진영 판사는 지난해 11월,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지만 아동 기관 취업제한과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신용무 부장판사 역시, 올해 2월 방모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취업제한과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지 않았습니다.
두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고인은 피해 아동의 보호자가 아니기 때문에 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4항이 아동학대 범죄를 ′보호자′에 의한 학대로만 규정하고 있어, 제3자가 아동학대를 저지를 경우 취업제한 대상에 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법조계에서는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아동학대처벌법이, 아동학대를 한 보호자를 강력히 처벌하려다 정작 제3자의 아동학대 처벌에는 사각지대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2013년, 울산에서 계모가 여덟 살 의붓딸을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해 국민적 공분을 산 것을 계기로 국회가 2013년 말 제정해 이듬해 9월 시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