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27 07:30 수정 | 2022-08-27 07:30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지난 3일,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3공장에서 시공업체인 삼성물산의 협력사 직원들이 배관 작업을 하다 오염물질에 노출됐습니다.
배관에서 나온 정체불명의 액체가 작업 중이던 직원 5명의 신체로 튄 겁니다.
직원들은 어지러움 등을 호소해 삼성 부속 의원으로 옮겨졌고, 이 가운데 2명은 안과 등 외부 병원에서도 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행히 5명 모두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직원은 MBC와의 통화에서 ″배관을 잘못 건드려서 물에 희석된 약품이 튀었다″며 ″손에 묻어서 사내 의료원과 외부 종합병원에서 검사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인명 피해가 가볍다고는 해도 각종 유해·위험물질을 취급하는 반도체 공장에서 오염 사고가 났는데, 경찰과 소방, 노동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사고는 발생한 지 한 달 가까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고 당시 출동한 건 ′전자 소방대′, 삼성 측이 운영하는 자체 소방대였습니다.
119 등에는 별도로 신고하지 않았던 겁니다.
[소방 관계자]
″삼성은 자체 소방대가 있어서 자체적으로 해버리면 저희한테 신고가 안 들어오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죠.″
반도체 공장은 ′공정안전관리제도(PSM)′에 따라 오염사고 발생 시 노동부에 신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고가 난 공장은 아직 완공 전이어서, 신고 의무는 없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아직은 PSM(공정안전관리제도)이 적용되지는 않고요. 정상 운영되고 나서부터 이제 관리가 되니까‥″
삼성 측은 ″유출된 물질은 화학물질관리법 등에 따른 신고 대상도 아니고, 응급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오염물질이 어떤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삼성 측은 오염물질의 정체에 대해 ′폐수′라고만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묻자, ″폐수 성분도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라며 ″대외비″라고 답했습니다.
[이철갑/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기업체에서 사용하는 그런 폐수는 작업 공정 과정 중에서 (유해)물질들이 거기에 첨부, 첨가됐을 수도 있거든요. 노동자 입장에선 알아야 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염물질에 노출됐던 또 다른 노동자는 ″배관을 건드린 우리 잘못이고, 부상문제는 없다″면서도 ″배관에 잠금장치 같은 게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년 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는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때도 삼성은 자체 소방대만 출동시켰고 사망자가 발생한 뒤에야 사고 1시간 40분 후 소방당국에 신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