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준희

"1대로 200명이 3시간 수색하는 효과"‥문제는 'ㅇㅇ'

입력 | 2022-09-11 07:34   수정 | 2022-09-12 13:03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수색 현장, 이제는 드론이 주인공</strong>
지난 7일 울산 울주군 태화강 주변. 2~3km 간격으로 하늘에 뜬 드론들이 강줄기를 따라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합니다. 전날 태풍 힌남노에 휩쓸려 실종된 20대 남성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군, 경찰, 소방, 민간 업체까지 나서 드론 13대를 띄웠습니다. 시신이 수색 구간 바깥에서 발견되면서 드론이 직접 ′공′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드론이 수색 현장의 모습을 바꿔놨음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힌남노 탓에 실종된 경북 포항의 80대 남성 수색 작업에도 드론 7대가 투입됐습니다. 이병석 경찰대학 교수(국제대테러연구센터장)는 ″드론 단 1대만으로도 200명이 3시간 수색하는 범위를 살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난 상황뿐 아니죠. 시설물을 점검하고, 물건을 배달하고, 라이트쇼까지 펼치며 우리 삶에 바짝 다가온 드론. 엠빅뉴스 ′전체공개′에서 드론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봤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손바닥만 한 플라스틱 조각이 ′드론의 뇌′</strong>
지난달 25일 경기도의 한 드론 생산공장을 찾았습니다. ′라이트쇼′에 사용되는 드론을 만드는 곳인데, 들어가자마자 거대한 원통형 기계가 눈에 띄었습니다.

기계 안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놓여 있었는데요. 플라스틱 조각이 잠시 멈출 때마다 로봇 팔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뭔가를 올려뒀습니다.

드론업체 유비파이의 임 현 대표는 ″인쇄회로기판(PCB)에 부품을 올려두는 건데,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도저히 사람은 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했습니다.

손바닥만 한 PCB, 바로 ′드론의 뇌′입니다. 각종 센서로 기체 내, 외부 상황을 감지하고 날개 4개에 각각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하는데요.

구체적으로는 가속도계가 드론의 속도를, 각속도계(자이로스코프)는 드론의 자세를 제어하고, 기압계는 드론의 고도를, 지자계는 드론의 방향을 파악합니다.

드론 안에는 지상과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안테나도 여럿 들어가고, GPS 같은 위성 신호 장치도 필수적입니다. 라이트쇼용 드론이다 보니 발광다이오드(LED) 전자회로도 3개씩 달려 있었는데, 1,600만 가지 색상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드론에게 ′안경′을 씌운다?</strong>
드론 기술의 핵심은 뭘까. 임 현 대표는 ″자기 위치를 제대로 지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드론이 현재 날고 있는 실제 좌표와, 드론이 인식하는 위치가 동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드론에게 ′안경′을 씌워줘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드론에 탑재되어 있는 GPS만으로는 오차가 최소 3미터 이상 발생합니다. 눈이 나쁜 사람이 사물을 바라보면 뿌옇게 보이듯 실제 위치와 괴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늘에 드론 1대만 날고 있다면 오차가 나도 상관없겠죠. 하지만 드론 라이트쇼에는 많게는 수천 대의 드론이 쓰입니다. (세계 기록은 3,281대)

그래서 필요한 것이 RTK(Real-Time Kinematic) 기술입니다. 지상에서 신호를 보내 GPS의 오차를 보정하는 건데요. 이에 따라 1cm 정도의 정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치 도수에 맞는 안경을 쓴 것처럼 드론이 정확하게 위치를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수백, 수천 대의 드론이 하늘에서 부딪치지 않고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이것입니다. 사전에 만들어진 드론 경로와 실제 드론 쇼를 비교해보니 드론은 설계된 경로 그대로 움직였습니다. 임 대표는 ″안전이 확보되는 장소만 있다면 수만 대 규모 드론 쇼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기체제작′은 늦었지만 ′활용산업′은 해볼 만</strong>
지난달 27일 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드론 500대가 떠오르더니 하늘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게자리는 게로, 사자자리는 사자로 변했고, 사수자리의 주인은 활까지 쐈습니다. 불꽃놀이와는 또 다른 신비함,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군사용 드론을 제외한 상업용 드론 시장은 크게 ′기체제작′과 ′활용산업′으로 나뉘는데요. 드론 라이트쇼는 대표적인 ′활용산업′ 분야입니다.

기체제작은 중국의 DJI가 세계 시장 절반 이상을 선점한 상태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 기회가 많이 없지만, 드론 기술을 배송, 안전 진단 등 각종 분야에 적용하는 ′활용산업′은 해볼 만합니다.

강창봉 항공안전기술원 미래항공연구본부장은 ″라이트쇼와 건축 현장 모니터링, 발전 시설 정밀 진단 등에서 우리나라 드론 업체들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산 드론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도 우리에겐 기회″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0년 5천억 원 수준인 국내 상업용 드론 시장 규모를 2025년까지 1조 원으로 늘려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 7위 드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우리는 언제쯤 드론을 신뢰할 수 있을까?</strong>
미국 온라인 쇼핑업체 아마존은 물류센터 반경 16km 이내 지역을 대상으로 2.2kg 이하의 소포를 30분 안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3년 12월, 그것도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가 직접 밝혔습니다.

하지만 9년이 되도록 아직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죠.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실제 시험 비행 과정에서 몇 차례 추락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배송도 이런데 ′드론 택시′로 불리는 UAM(Urban Air Mobility) 상용화까지는 정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전문가들은 ′대중 수용성′(Public Acceptance)이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강창봉 본부장은 ″결국 배송 드론이나 드론 택시가 여의도든 광화문이든 날아다니는 게 최종 목표인데, 기술적인 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해결될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걸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드론을 마음껏 시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점점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하동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과거 지하철과 비행기 도입 때도 그랬듯, 드론을 수십만 번 날려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어야만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15개 지방자치단체에 33개 공역이 설정되어 있는 ′드론 특별자유화구역′을 올 연말까지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레저 장비로 우리 곁에 다가와 물건을 배달하고 사람을 구하며 교통수단으로까지 거듭나고 있는 드론. 앞으로 드론이 우리 삶을 얼마나 더 바꾸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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