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임소정

[World Now] 러 최고 발레리나, 부끄러운 조국에서 춤 출수 없어

입력 | 2022-03-18 10:56   수정 | 2022-03-18 10:56
러시아의 최고 발레리나로 꼽히는 볼쇼이 발레단의 올가 스미르노바.

최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이 스미느로바의 합류사실을 발표했습니다.

그녀는 2011년 입단 후 볼쇼이 발레단의 간판으로 활약해왔으며, 2013년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습니다.

최고 대우를 받던 그녀가 볼쇼이를 떠난 이유는, ″조국이 부끄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스미르노바는 ″이 세계적 재앙에서 무관심할 수 없다″며 ″사람들이 죽고, 거처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고통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러시아를 수치스러워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면서 ″항상 문화·체육 분야서 성취를 냈던 재능 넘치는 러시아인을 자랑스럽게 여겨겼지만, 지금은 전쟁 전후를 가르는 어떤 선이 그어진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미느로바는 조부가 우크라이나 사람으로 알려졌으며, 지난주에도 텔레그램을 통해 ″온 마음을 다해 전쟁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쟁에 반대해 볼쇼이 발레단를 떠난 러시아 무용수는 스미르노바가 처음입니다.

러시아 무용평론가 레일라 구흐마조바는 이런 결정을 두고 러시아 발레계에 `폭탄 투하`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스미르노바처럼 파급력이 큰 대형스타가 표현의 자유를 위해 떠나면서 다른 무용수들에게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입니다.

기존 무용수들이 볼쇼이 발레단을 떠난 이유는 대부분 더 나은 처우를 받기 위함이었습니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발하며 브라질 출신 솔리스트 다비드 모타 소아레스, 이탈리아 출신 수석 무용수 자코포 티시도 볼쇼이 발레단을 탈단했습니다.

음악감독이자 수석 지휘자인 투간 소키에프도 지난 6일 사임했습니다.

볼쇼이 극장은 1776년 건립된 러시아 최초의 오페라 하우스로, 소속 발레단에 세계적 기량의 무용수가 모이면서 세계 유수의 문화 단체로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스미르노바는 오는 4월 초에 초연되는 고전 발레극 레이몬다를 통해 네덜란드 무대에 데뷔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