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소희

[World Now] '멍텅구리 폰'을 아십니까? '내 삶을 다시 찾고 싶은 사람들'

입력 | 2022-03-22 11:18   수정 | 2022-03-22 11:18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라디오를 듣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연결이 안돼 어떤 앱도 쓸 수 없다.

일명 ′멍텅구리 폰′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왔던 이 ′멍텅구리 폰′이 부활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현지시간 21일 보도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내 삶을 다시 찾고 싶다′ 부활의 이유?] </b>

1990년대 말에 유행했던 이 구식 이동전화기 판매가 다시 느는 것은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기 삶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BBC는 전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사는 올해 17살의 로빈 웨스트 양은 또래 친구들과 달리 혼자 유일하게 멍텅구리폰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는 2년 전 중고폰 판매점에 들렀다가 생김새가 투박해 흔히 `벽돌`이라고 불리는 구식 전화기를 샀습니다.

프랑스 제품으로 가격은 8파운드 우리 돈 약 1만3천 원에 불과했습니다.

스마트폰 기능이 없으니 매달 데이터 사용료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턱없이 싼 가격에 혹해 즉석에서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결정에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웨스트 양은 ″이 휴대전화기를 사기 전에는 내 삶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영역이 그렇게 큰 줄 몰랐다″며 ″각종 소셜미디어 앱에 매달리느라 일을 못 할 지경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다시 사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 ″이 벽돌폰 때문에 내 삶이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지금은 모든 일에 앞서 나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멍텅구리폰 찾는 사람 계속 늘고 있어] </b>

소프트웨어 회사인 `SEM러시`에 따르면 이 구식 폰을 사기 위해 구글을 검색한 건수가 2018년과 2021년 사이 89%나 증가했습니다.

멍텅구리폰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 일일이 추적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 폰이 10억대나 팔려 2019년 4억 대와 비교하면 2.5배나 늘어났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반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14억대로 전년과 비교해 12.5% 줄어들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스마트폰 소유자 10명 중 1명은 멍텅구리폰 가져] </b>

회계사 단체인 들로이트는 스마트폰을 가진 영국인 10명 중 1명은 멍텅구리폰을 갖고 있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습니다.

가격 비교 사이트인 `어스위치 닷 컴`의 모바일 기기 전문가인 에르네스트 도쿠 씨는 ″일종의 패션이고 향수이며 멍텅구리폰이 틱톡 비디오에 등장하는 것도 구식 전화기 부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우리 중 다수는 첫 이동식 전화기로 이 멍텅구리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어 향수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도쿠 씨는 노키아가 2000년 시판돼 당시 베스트셀러 가운데 하나였던 3310 모델을 2017년 재출시한 것이 멍텅구리폰 부활의 발화점이었다며 ″노키아는 이 모델을 값비싼 고성능 스마트폰의 대체재로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배터리 수명, 내구성 탁월해] </b>

그는 또 멍텅구리폰은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 애플이나 삼성 스마트폰과 경쟁할 수 없지만, ″멍텅구리폰은 배터리 수명이나 내구성 면에서는 그들을 압도한다″고 말했습니다.

심리학자인 플제멕 올레니작이 5년 전 노키아 3310 모델로 바꿔탄 이유도 바로 배터리 수명 때문이었지만, 이 폰을 쓰면서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내 가족과 나를 위해 더 많은 시간 쓸 수 있어] </b>

그는 ″전에는 뭘 찾거나 페이스북을 뒤적이고 뉴스를 보고 또 내가 알 필요가 없는 것까지 찾아보는 등 나의 모든 일상이 스마트폰에 매여 있었다″며 ″지금은 내 가족과 나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큰 장점은 지금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남들과 무엇을 공유할지에 대해 코멘트하거나 내 삶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까 내 사생활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폴란드 우치에 사는 올레니작 씨는 그러나 스마트폰에서 멍텅구리폰으로 바꿔 탄 것은 일종의 도전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전에는 여행할 때 버스 편을 알아보거나 식당을 찾는 일 등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집들 나서기 전에 모든 것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며 ″지금은 익숙해졌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