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02 07:59 수정 | 2023-10-02 09:54
산 중턱 곳곳에 사슴이 보이는 사슴들. 이곳은 전남 영광군 안마도입니다. 주민 수는 150명 남짓인데, 사슴 개체 수는 무려 이보다 3배가 넘는 500마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주민들은 사슴이 너무 많아 산림과 농작물 피해가 크다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안마도 신기리의 강용남 이장은 ″고추나 고구마, 마늘, 깨 같은 농작물을 사슴이 다 먹어버린다″며, ″사슴들이 철망을 쳐놔도 뛰어넘어 버린다, 지난 4~5년 동안 고구마는 먹지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청년회장 장진영 씨는 ″직접적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니지만 묫자리까지 다 파헤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먹거리가 부족한 겨울에는 사슴들이 나무껍질까지 먹으면서 산이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방파제 옆으로 무언가 헤엄치는 모습 보이시나요? 바로 안마도 사슴들입니다. 헤엄도 칠 줄 아는 사슴들이 인근 섬까지 이동하다보니 피해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안마도에 사슴이 급격히 늘어난 건 지난 1985년 한 축산업자가 사슴 10여 마리를 기르다 방치하고 떠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40년 가까이 개체 수가 급속히 늘어났습니다. 주민들은 사슴들 포획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고충 해결에 나선 국민권익위가 관계기관들과 논의에 나섰습니다. 논의에선 ″안마도 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등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축산업자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면 총기를 사용한 포획이 가능해집니다. 이 때문에 사람의 잘못으로 시작된 문제를 가지고 사슴을 죽이는 게 맞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권익위가 지난달 11일부터 20일까지 국민생각함을 통해 4천6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70%는 ″안마도 사슴은 야생동물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62%는 ″총기를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포획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습니다. 과반수가 넘는 응답자들이 포획에 찬성한 겁니다. 또 이같은 가축 무단방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83%를 차지했습니다. 기타 의견으로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 ′널리 알려서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자′ 등의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권익위는 안마도 사슴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면서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결론을 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