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조희형
지난 4년간 폐업한 의료기관 920곳에서 관리하던 펜타닐과 프로포폴 등 마약류 의약품 174만여 개가 분실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은 오늘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폐업할 때는 보유하던 마약류 의약품을 다른 의료기관이나 도매상 등에 양도·양수하고 이를 식약처에 보고해야 하지만, 식약처가 그간 관리를 허술하게 해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추적 불가능한 의료용 마약에는 진통제로 쓰이는 옥시코돈이 5천여 개, 펜타닐과 레미펜타닐이 4천200여 개가 포함돼 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는 항우울제인 디아제팜 등이 116만3천여 개,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 9만4천여 개, 그밖에 프로포폴 7천여 개와 케타민 1천여 개 등이 포함됐습니다.
감사원은 폐업한 의료기관 중 13곳을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5곳은 해당 약품을 분실했거나 임의로 폐기했다고 주장해, 불법 유통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5월 폐업한 서울 강남의 한 의원은 재고로 보유하던 프로포폴 1천936개를 다른 의료기관에 양도하지 않고, 관할 공무원 참관 없이 임의로 폐기했습니다.
같은 해 9월 폐업한 경북 포항시의 한 의원은 보유하던 향정신성의약품 5만 2천 개를 자택으로 가져와 보관하던 중 2만 7천246개를 분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프로포폴 등 앰플 단위로 포장된 주사제 의약품은 사람마다 사용량이 달라 잔량이 발생하는데, 의료기관에서 이를 다 썼다며 ′폐기량 0′으로 허위 보고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이 의료기관 열 곳을 조사해본 결과 다섯 곳에서 사용 후 잔량이 33만mL, 4만 7천여 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양이 나왔는데도, 해당 의료기관들은 전량 투약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용 제한 원료가 포함된 화장품에 대해 식약처의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감사원은 최근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속눈썹펌′에 화장품 원료 제한 물질인 ′치오클라이클릭애씨드′ 성분이 들어있는데도 식약처가 속눈썹펌 제품은 화장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0년과 2022년 이같은 내용을 확인한 한국소비자원이 식약처에 안전기준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는데도 식약처가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겁니다.
감사원은 또 식약처가 위해식품 정보를 식품안전정보원에 제공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해 판매를 차단해왔으나, 최근 3년간 적발된 위해식품 1천55건 중 108건이 시스템 운영 부실로 판매 차단 대상에서 누락됐다고 말했습니다.
감사원은 식약처에 마약류 의약품 관리를 허술하게 한 의료기관을 조사하고 위법이 확인되면 고발 등 법적조치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또 위해식품 관리와 화장품 안전과 관련해선 관련자 징계를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