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지만 부탁드려 본다″며 ″만약 주문된다면 돈은 다음 주말 전에 이체해 드리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업주는 뭔가 신경이 쓰였다고 합니다.
[김 모 씨/음식점 사장]
″원래는 그런… 입금이 되지 않은 주문에 대해서는 (음식을) 보내주지 않았어요. 근데 왠지 저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제가 직원에게 ′야 이거는 거짓말이라서 내가 속는 한이 있더라도 보내주는 게 낫겠다′ 이렇게 해서…″
그래서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김 모 씨/음식점 사장]
″′음식 보내드릴 테니까 맛있게 드시고 연락 부탁드린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정말 죄송하다′고 하면서 목소리가 굉장히 어려 보였거든요. 막 통화하시면서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동시에 울음이 터지셔서 막 이렇게 울었어요.″
그 뒤에도 손님의 목소리가 자꾸 생각났던 사장은 차라리 손님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도 좋으니 미혼모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김 모 씨/음식점 사장]
″와이프랑 두 딸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좀 감정 이입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만약에 정말 거짓이 아니라면, 혼자 임신 중인 미혼모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 또한 마음이 불편할 것 같고…″
그리고 이틀 뒤, 이 손님에게서 장문의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음식을 잘 먹고 있다″며 ″아직 부모님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도 갑자기 못하게 된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염치없게 부탁드렸는데, 정말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돈이 들어왔다″며 곧바로 음식값을 보냈습니다.
미혼모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든 사장은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울먹이던 여성을 설득해, 부인과 함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만나 보니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던 손님, 19살 미혼모였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몇 년 전 학생 시절부터 가게에 자주 와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곤 했던, 사장도 기억하는 얼굴이었습니다.
[김 모 씨/음식점 사장]
″항상 큰 목소리로 인사하면서 항상 웃으면서 다 먹고 나면 정리를 항상 해놓고… 이런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어릴 때부터 봤던 친구라 ′아 너였냐′고 이러면서 좀 약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여기 명치 쪽에서… ′하필 왜 너일까′ 이런 생각에…″
울컥했던 건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 모 씨/음식점 사장]
″보내줬던 음식들이 밀폐용기에 조금씩 조금씩 나눠서 담겨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거 양 얼마나 된다고 이렇게… 나눠 놓은 거야′ 이랬더니 ′주중에 돈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서 배고플 때마다 조금씩 먹으려고 남겨 놓았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사장은 미역국을 직접 끓여줬고, 아내는 조만간 가까운 산부인과부터 같이 가보기로 했습니다.
또 이 여성에게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면 자신의 가게에서 간단한 재료 손질이라도 하루 2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로 해보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김 모 씨/음식점 사장]
″출산을 하기까지라도 좀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일단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 생각을 했는데… ′시켜만 주시면 너무 열심히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흔쾌히. 저랑 와이프랑 같이 도울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안전하게 출산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대한 돕고 싶습니다.″
이런 내용을 자영업자커뮤니티에도 올린 사장은 글을 보고 부정적인 반응이나 의심도 많았다면서, 있는 그대로 알리고 싶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