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동건

밤낮없이 삽 들고 '푹!푹!'‥모텔 지하에서 무슨 일이?

입력 | 2023-05-09 15:59   수정 | 2023-05-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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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주머니가 가득 쌓여 있는 입구 뒤쪽으로 나무판을 촘촘히 덧대 만든 사각형 통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조명까지 밝혀놓은 가로세로 80cm가량의 통로로 계속 들어가자, 채굴 장비처럼 보이는 물건들도 눈에 띕니다.

그 끝에 다다르자 최근까지도 땅을 팠던 것처럼 삽 하나가 축축한 흙바닥에 꽂혀 있습니다.

지난 3월 충북 청주의 한 모텔 지하에서 발견된 길이 10m가량의 땅굴입니다.

모텔 인근을 지나는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려던 일당이 삽과 곡괭이 등으로 한 달 넘게 파고들어 간 겁니다.

′모텔 사업을 하겠다′며 주인을 속이고 월세 450만 원에 모텔을 빌린 일당.

이들은 여기서 먹고 자며 모텔 지하실 콘크리트 벽면을 뚫고 밤낮으로 땅굴을 팠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송유관에 거의 다가간 30cm 앞 지점에서 끝나고 말았습니다.

국정원과 함께 이 범행을 미리 파악한 경찰이 일당을 차례로 붙잡았기 때문입니다.

땅굴 바로 3m 위는 하루에 차량 6만 6천 대가 지나는 4차로 국도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0월에도 충북 옥천에서 주유소를 빌려 송유관 절도를 시도했지만 땅굴을 파던 도중 물이 너무 많이 나와 포기하고 청주에서 두 번째 땅굴을 판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일당 가운데에는 대한송유관공사 전직 직원으로 과거에 송유관 절도에 가담했다가 퇴사한 기술자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총책과 자금책 등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작업자 등 역할을 맡았던 4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범행은 폭발이나 붕괴 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송유관 관련 범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