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나세웅

연휴에 뉴욕 간 한동훈, 수행단 끌고 다닌 박범계 [서초동M본부]

입력 | 2023-10-09 10:10   수정 | 2023-10-09 11:19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한동훈 미국 출장비가 공개됐다</strong>

취임 직후인 작년 9일간 미국을 방문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출장비 내역이 일부 공개됐습니다. 한 장관은 지난달 1일 국회에서, 출장비 집행 내역을 비공개 처분한 문제가 거론되자 발끈했습니다. ″비교해보면 누가 제대로 썼는지 금방 알 수 있다″면서 이전 문재인 정부 장관들의 해외 출장비 내역까지 함께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무부의 한 장관 출장비 집행 내역 공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은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한 장관의 미국 출장비 집행 내역과 증빙서류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무부는 ″외교 관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단순한 출장경비의 세부적인 집행 내역이 국가안전보장이나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증빙 서류의 사후 공개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발생한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법원은 특수활동비 공개 등 최근 판결을 통해 시민들의 정보 접근성을 강조해왔습니다.

한 장관은 지난해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9일간 ′한미 사법기관 간 공조와 협력 구축 방안을 논의한다′는 목적으로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왔고, 출장 기간 중 사흘 공식 일정이 없었습니다. MBC는 한 장관의 국회 발언 이튿날인 9월 2일 법무부에 한 장관과 박범계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해외 출장비 내역의 공개를 청구했고 지난 5일 해당 자료를 받았습니다. 추 전 장관은 임기 중 해외 출장이 없어 한동훈, 박범계 두 장관의 미국 출장을 비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한동훈 9일 1천924만 원‥박범계 8일 1천772만 원</strong>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 장관은 지난해 6월 29일부터 7월7일까지 7박 9일간 나욱진 당시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등 수행원 3명과 함께 미국 워싱턴DC와 뉴욕을 방문했습니다. 수행원 여비를 포함한 전체 출장비는 모두 4천8백40만 원이 들었습니다. 박범계 전 장관은 1년 전인 2021년 11월 17일부터 24일까지 6박8일간 수행원 10명과 외부 교수 1명을 동행해 역시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다녀왔습니다. 출장단 규모가 컸던 만큼 전체 출장비는 1억 7백13만 원으로 한 장관의 미국 출장보다 월등히 많았습니다. 조지워싱턴대 초청 행사 참석과 UN 대테러실 사무차장 면담 및 MOU 체결이 목적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 장관의 개인 여비는 모두 1천9백24만 원이었습니다. 박 전 장관 1인은 모두 1천7백72만 원을 여비로 지급받아, 한 장관보다 1백50만 원가량 적었습니다. 이는 박 전 장관이 8일 출장으로 9일인 한 장관보다 하루 짧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 장관은 전체 여비의 절반이 넘는 1천59만 원을 인천-워싱턴, 뉴욕-인천간 항공료로 썼습니다. 공무원 여비 규정상 항공기 1등급 좌석 지원이 가능한 국무위원이지만, 한 장관이 2등급 비즈니스석을 선택하면서 비용을 아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습니다. 1년 전 한 장관과 비슷하게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한 박 전 장관은 1등급과 2등급 좌석을 이용했습니다. 항공료는 1천1백47만 원이었습니다. 한 장관이 2등급 좌석을 탔는데도 박 전 장관의 항공료와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한 장관이 독립기념일이 낀 미국 연휴에 방문했고, 환율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한동훈, 박범계 같은 호텔 숙박‥비용 차는 왜?</strong>

한 장관은 숙박비 비중이 출장 여비의 29%로 상대적으로 컸습니다. 7박 숙박비는 실비 5백64만 원이었고, 그 외 일비 5백40달러(71만 원)와 식비 1천674달러(2백19만 원)를 받았습니다. 박 전 장관의 6박 숙박비는 4백10만 원, 일비 4백80 달러(58만 원), 식비 1천3백2 달러(1백57만 원)로 집계됐습니다.

한 장관 1인 비용을 출장일인 9일로 나눠 계산하면 하루 2백13만 8천 원이 들었습니다. 박범계 전 장관 1인 비용 역시 같은 식으로 따지면 하루 평균 2백21만 5천 원입니다. 박 전 장관이 한 장관보다 하루 약 8만 원 더 썼습니다.

다만 출장단 전체 여비를 장관 비용이라고 치자면 박 전 장관은 하루 1천2백86만 원, 한동훈 장관 5백37만 원을 쓴 셈입니다. 출장단 규모가 달라 체류비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인데, 단순 금액을 비교하기보다 박 전 장관의 경우 이 정도 출장단이 필요한 행사였냐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장관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한 장관과 박 전 장관 모두 유명 호텔을 선호했습니다. 두 사람 다 워싱턴DC에서는 페어몬트 호텔에서, 뉴욕에서는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숙박했습니다. 한 장관은 6월 29일 수요일부터 7월 1일 금요일까지, 워싱턴 페어몬트 호텔에서 1박 580달러, 3박에 모두 1천7백40 달러를 사용했습니다. 박범계 장관은 1박에 7백6달러, 3박에 2천1백18달러가 들었습니다. 요금 등급으로 보건대, 두 사람 모두 호텔이 보유한 기본, 골드 등급보다 높은 3가지 종류의 스위트룸 중 하나에 묵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장관은 이어 뉴욕에선 맨해튼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7월 2일부터 6일까지 1박에 6백39달러, 4박에 2천5백56달러를 썼습니다. 공무원 여비 규정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맸던 항공료와 달리, 숙박료는 장관급 상한액 4백71달러를 초과했습니다. 다만, 여비 규정은 ″공무의 형편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기준을 초과할 경우, 해외 출장의 경우 1.5배까지 추가 지급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고 있습니다. 앞서 박 전 장관 역시 워싱턴 숙박시 상한액을 초과했는데, 여비 초과에 어떤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법무부는 아직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은 ″최근 당시 주변 시세와 함께 왜 그 호텔에 숙박해야 했는지를 증빙해야 한다″며 ″기준을 초과한 ′부득이한 사유′에 대한 검증이 깐깐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장관이 머문 뉴욕팰리스 호텔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차 방문했을 때 묵은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과거 한미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담도 이곳에서 치뤄진 바 있습니다. 호텔측은 ′모던한 럭셔리가 풍부한 역사와 만났다, 도심 속 오아시스′라고 홍보합니다. 2015년 롯데호텔이 인수하면서 롯데 이름을 덧붙이게 된 점도 흥미롭습니다.

한 장관 이전에 박 전 장관도 뉴욕 일정 3박 4일간 이곳에 머물렀는데, 1박당 가격은 4백29 달러로 한 장관 때보다 2백10 달러 더 쌌습니다. 뉴욕팰리스 호텔은 방에서 성패트릭 대성당과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지에 따라 등급을 달리하고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한 장관과의 가격 차이가 ′뷰′에 따른 것인지, 공개된 자료로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또 증빙서류엔 한 장관 출장팀이 숙박비 결제는 현금으로 했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정부 규정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빼곤 정부구매카드 또는 신용카드로 숙박비를 결제하고 정산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를 의미합니다.
사실 비용보다 중요한 건 한 장관이 워싱턴에서 이동한 7월 1일(금), 뉴욕에 머문 2일(토)부터 4일(월/독립기념일)까지 외부 공식 일정이 없었다는 겁니다. 애초 한 장관의 미국 출장에 대해 나온 지적은 ′과도한 출장비′가 아닌 ′빈 일정′이었습니다. 출장 직후인 작년 8월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가 ″검찰총장 임명 제청 같은 현안은 미루고서 간 9일짜리 출장치고는 너무 느슨하다″고 지적하면서 출장비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하 대표는 토요일인 7월 2일부터 사흘간 독립기념일 연휴가 예정됐는데에도 한 장관이 이 기간 뉴욕 출장 일정을 잡고 숙박했던 이유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공무원 복무 징계에 관한 예규에서 ″방문국의 공휴일 등을 종합 검토해 적절 시기를 선택해 출장 목적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한 장관은 공식 외부 일정이 없는 7월 1일과 4일엔 한국 외교관인 주미 대사 및 주유엔 대표부 차석대사와 각각 오찬을 가졌습니다. 7월 5일에야 유엔 감사실과 뉴욕시 산하 교정시설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한 뒤 이튿날 한국행 항공기에 탑승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한동훈·박범계‥미국 출장 꼭 가야했나</strong>

법무부는 출장 결과 보고서에서 한 장관이 미국 출장 중 FBI 국장을 만나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시스템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고 인사 검증 업무를 새로 맡게 됐습니다. 후보자가 소송 경력 등 2백여 가지 질문에 답을 하고 FBI가 주변 인물을 직접 방문 인터뷰해 검증하는 FBI방식이 도입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녀 학교 폭력 소송 문제가 걸러지지 않은 정순신 변호사처럼 고위 공직자 검증과 관련된 잡음이 이어지면서, 출장 취지가 무색해졌습니다.

법무부는 또 한 장관이 또 유엔 경제사회 이사회를 방문해서 ′소년범 교화를 위한 최근 국제사회 동향′ 등을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한 장관은 이른바 촉법소년의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소년법 형사 처벌 대상을 늘려 범죄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촉법 연령 하향은 한 장관이 방문한 유엔의 입장이나 세계적 동향과도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한 장관이 취임 두 달 만에 미국 출장을 추진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습니다. 미 법무부 인사의 건강 사정으로 막판까지 누구를 면담할지 구체 일정이 정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지 사정에 밝은 고위 외교관은 ″장관이 미국 법무부 차관보급을 면담했으니 사전 조율이 잘 된 것은 아니″라며 ″정권 초기 왜 방문하는지에 대해 다들 의아해했다, 정권 2인자로서 대통령실의 밀명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전했습니다.
박범계 전 장관도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임기 말, 큰 규모로 출장단을 꾸려 미국 강연을 다녀올 필요가 있었냐는 겁니다. 박 전 장관을 조지워싱턴대학 한국학연구소가 초청하는 형식을 갖췄지만, 정작 비용은 법무부가 들였습니다. 강연 참석자도 출장단 포함 60명에 불과했습니다. 또 이번 공개 과정에서 사후 출장보고서에, 동행 인원은 물론 경비 6천여만 원까지 축소해 적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고, 보수단체는 수사가 필요하다며 박 전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하승수 대표는 ″박범계 전 장관도 비판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한 장관이나 박 전 장관 모두 세금을 써서 다녀올 만큼 필요한 출장이었는지를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b>▶ MBC는 법무부로부터 받은 한동훈 장관과 박범계 전 장관의 미국 출장비 집행내역 자료 원문을 공개합니다.</b>

<a href=″https://image.imnews.imbc.com/pdf/society/2023/10/2207_231009.pdf″ target=″blank″><b>[2022년 7월 한동훈 장관 미국 출장]</b></a>
https://image.imnews.imbc.com/pdf/society/2023/10/2207_231009.pdf

<a href=″https://image.imnews.imbc.com/pdf/society/2023/10/2111_231009.pdf″ target=″blank″><b>[2021년 11월 박범계 장관 미국 출장]</b></a>
https://image.imnews.imbc.com/pdf/society/2023/10/2111_231009.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