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동건

"인생 마주막에 조훈 일 한번‥" 빈병 줍던 할머니의 손편지

입력 | 2023-12-08 16:26   수정 | 2023-12-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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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3시쯤 경북 안동시 옥동행정복지센터에 할머니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돈봉투와 편지 한 장을 꼭 쥐고 찾아온 85살 이필희 할머니.

이 할머니는 ″나도 이제 자식 다섯 다 키웠으니, 좋은 일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며 30만 원이 든 봉투를 복지센터에 건넸습니다.

할머니는 일기장 용지에 서툰 맞춤법으로 쓴 편지에서 ″오남매 키우고 가르치며 사느라 힘들게 살며 없는 사람 밥도 한 술 못 줘 보고, 입던 옷 한 가지 못 주고 나도 남의 옷 맨날 얻어 입고 살아왔다″며 지난 인생을 돌아봤습니다.

이 할머니는 그러면서 ″인생길 마지막에 좋은 일 한 번 하는 게 원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쓰레기장에서 빈 병을 모아 팔면 돈이 될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1월부터 운동삼아 쓰레기장에서 빈 병을 모아 팔았는데, 10원도 안 쓰고 12월까지 모은 게 15만 원, 내 아이들 용돈 조금 주는 거 아껴 쓰고 15만 원 보태 30만 원을 모았다″고 적었습니다.

할머니는 ″작은 돈이지만 내 인생에 처음이고, 마지막으로 불우한 어린이한테 써 보고 싶다″며 ″동장님이 알아서 잘 써 주시면 감사하겠다, 복지관 한글공부로 배운 글이라 말이 안 되는 게 있어도 잘 이해해달라″면서 편지를 마무리했습니다.

할머니는 지난 2017년부터 지역 근로자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우면서 남에게 도움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부금을 건네받은 복지센터는 ″할머님이 전해주신 돈은 저희가 바로 은행에 가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에 기탁했다″며 ″어려운 아동을 비롯한 힘든 이웃에게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제공 : 안동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