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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해제, 엔데믹?‥리원량을 기억하는 이유

입력 | 2023-05-10 09:12   수정 | 2023-05-10 10:48
엔데믹이 보입니다.

정부가 민간 전문가 자문기구의 의견에 따라, 코로나 확진자의 격리 의무를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격리 의무 기간을 7일→5일로 단축하는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권고′로 직행하자는 겁니다.

주요 관심사는 시점입니다.

내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이르면 이날 해제 시점을 발표할 것 같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하면서, 세계 각국은 일상 회복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미국은 내일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할 계획이고, 일본은 지난 8일부터 코로나19를 계절성 유행병인 독감처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상사태 해제는 팬데믹의 긴 터널이 끝나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2019년 12월 31일, 중국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 집단 발생 WHO에 보고

●2020년 1월 30일, WHO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2020년 3월 11일, WHO 팬데믹 선언.</blockquote>

3년 4개월여 동안, 전 세계에서 7백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 7억 명에 육박하는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제 사망자는 몇 배 많을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사망자와 중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면역 인구는 다수가 됐습니다.

WHO는 비상사태를 해제하면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리원량의 안타까운 죽음</strong>

그렇다고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된 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변종의 진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변종의 위험,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이를 처음 감지했던 리원량(李文亮). 그는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중국 우한시의 병원 의사였습니다.

2019년 12월 30일, 의사들의 SNS 단체 대화방에 ″(우한시) 화난수산물시장에서 7명 사스 확진″이란 글을 올렸습니다.

의료진들은 조심하라는 당부도 했습니다.

사스와 유사 증세를 보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리원량의 글이 인터넷에 확산하자 중국 당국이 보인 태도는 탄압이었습니다.

중국 공안은 나흘 뒤인 2020년 1월 3일,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리원량을 조사했습니다.

′계속 위법 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의 훈계서에 서명과 지문을 찍게 하고 풀어줬습니다.

리원량은 조사받은 지 한 달여 지난 2월 7일 병상에서 숨졌습니다.

환자 진료 중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겁니다.

당시 34세였습니다.

리원량은 사망 전 중국 매체와 원격 인터뷰에서 ″건강한 사회라면 하나의 목소리만 나와선 안 된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원량은 사후에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우한시가 속한 후베이성 정부가 그가 숨진 지 약 두 달 뒤에 열사로 추서했습니다.

당시 코로나19로 숨진 다른 의료진 13명도 함께 열사로 추서했습니다.

해마다 리원량 사망일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추모 집회가 열립니다.

올해 3주기에도 ″그를 잊지 않겠다.″는 행사와 SNS 추모 글이 이어졌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카나리아의 경고, 리원량‥탄압 결과는</strong>

중국 우한시는 2020년 1월 23일, 갑자기 도시를 긴급 봉쇄했습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방역의 골든타임은 놓쳤습니다.

감염자들이 중국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으로 출발한 뒤였습니다.

이 무렵 홍콩대학은 감염자가 2만 5천 명에 육박한다고 추정했습니다.

우한시의 1인자인 당서기는 훗날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후회했습니다.

저명한 의학 전문지 ′랜싯′의 코로나19 위원회는 지난해 9월 14일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미래를 위한 교훈′(The Lancet Commission on lessons for the future from the COVID-19 pandemic)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예측했습니다.

<i>″미래의 변종 바이러스는 치명적일 것이다.″</i>

랜싯 위원회는 WHO와 주요 국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허점이 많았다고 비판했는데, 실패 사례를 열거하면서 1번으로 ″코로나19의 초기 발병에 대한 적시 통지 부족″을 꼽았습니다.

만일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난다면, 리원량 같이 먼저 감지한 누군가가 경고할 것입니다.

그때는 카나리아의 경고가 세상에 울리는 사이렌이 돼 팬데믹을 막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