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7-20 09:56 수정 | 2023-07-20 10:26
<b style=″font-family:none;″>판다 푸바오</b>
행복을 주는 보물, 푸바오(福寶). 오늘이 생일입니다.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지 3년이 됐습니다.
판다 푸바오는 성장 과정이 인터넷과 방송을 타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애칭이 푸공주입니다. 지난 7일 쌍둥이 동생들이 태어나서 더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 판다 쌍둥이가 태어난 건 처음입니다.
<b style=″font-family:none;″>중국의 판다 외교</b>
푸바오의 아빠는 러바오, 엄마는 아이바오입니다. 판다 부부는 2016년 3월, 판다의 고향인 중국 쓰촨성 판다 연구기지에서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때는 한·중 관계가 좋았습니다.
●2013년 6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국빈 방중.
●2014년 7월 시진핑 국가주석 국빈 방한.
●2015년 9월 박 대통령 중국 항일 전쟁 전승절 70주년 행사 참석.
2015년 12월에는 한·중 FTA가 발효됐습니다.
이 무렵 한·중 관계는 ″92년 수교 이후 최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중국의 국보급 동물 판다는 그 시절 한국에 왔습니다. 판다 외교였습니다.
판다 외교의 전형은 1972년에 있었습니다. 그해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소 분쟁 와중에 중국을 방문하는 역사적 외교를 했죠. 그때 중국이 미국에 판다 한 쌍을 선물하면서 판다 외교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워싱턴에서 판다 입주 50주년 행사도 열었습니다.
한국에 온 판다 한 쌍도 한·중 선린 외교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곧 상황은 180도 돌변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늑대 전사, 전랑 외교</b>
2016년 새해 벽두에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도 이어졌습니다. 핵탄두와 투발 수단 고도화를 빠른 속도로 진행했습니다.
중국은 북핵을 막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2016년 7월 주한미군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두 달 뒤 5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을 시작했습니다.
중국 세관은 한국의 수출 상품에 트집을 잡고 통관을 지연시키기 일쑤였습니다. 중국에서 한류 스타를 볼 수 없게 됐고, 한국에서 유커가 사라졌습니다. 롯데가 선양에 대규모로 건설하던 롯데월드타운은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사드 기지의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결국 중국 사업을 접었습니다.
사드 보복은 중국이 강대국의 힘을 믿고 상대국에 강압적 전방위 보복 조치를 취한 전랑 외교의 사례로 꼽힙니다. 늑대 전사, 전랑(戰狼)은 중국 영화 제목에서 따온 것입니다.
<b style=″font-family:none;″>전랑 외교의 후폭풍</b>
힘에 기반한 강압 외교는 반드시 그 나라에 대한 반감과 저항을 일으킵니다. 국제정치에서 하드 파워(군사력, 경제력)와 소프트 파워(문화적 창의성, 인권 존중)를 구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6월, 세계 19개국 2만 4천여 명을 대상으로 반중 여론을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한국에서 ″중국 싫다″가 80%나 나왔습니다. 역대 최고치입니다. 퓨리서치센터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중 여론은 미국 82%, 일본 87%, 독일 74%였습니다.
퓨리서치센터는 2015년에도 같은 조사를 했는데, 당시 한국인의 반중 비율은 37%였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끊이지 않는 전랑 외교</b>
중국 외교부는 최근에도 전랑 외교의 단면을 드러냈습니다.
지난달 8일, 싱하이밍 대사의 공개 발언은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아마 앞으로 반드시 후회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싱 대사의 상관인 친강 외교부장(장관)은 지난 4월, 상하이에서 열린 포럼 개막식에서 한국을 겨냥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만 문제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입니다.″
친 부장은 전랑 외교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힙니다.
<b style=″font-family:none;″>중국 외교 2인자, 왕이의 선택은?</b>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친강 대신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위원(외사판공실 주임)이 참석했습니다. 왕이는 중국 외교에서 시진핑 주석 다음가는 2인자입니다.
박진 장관이 왕이 위원과 회담했습니다. 이날 왕이는 전랑이 아니었습니다. 양측은 대만 문제를 언급하면서 원론적인 입장만 주고 받았습니다. 일종의 상황 관리 모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주석에게 주요 외교 정책을 건의하는 왕이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전랑일까 아닐까.
한·중 고위급 대화 그리고 우리 정부가 의장국 자격으로 추진하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