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1-20 11:16 수정 | 2024-11-20 16:08
잠시 2주 전쯤으로 시계를 돌려보겠습니다.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한 그날로 말입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대통령도, 출입기자들도, 지켜보던 국민들도 지쳐가던 때였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부산일보 기자]
″(…) 지금 국민들이 TV를 통해서 회견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우리에게 사과를 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보충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윤석열 대통령]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국민들께서 좀 오해하시는 부분은, 그러니까 팩트를 명확하게 설명을 해야 되는 것과, 또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가지고 그러면 이 부분은 잘못한 거 아니냐라고 해 주시면 제가 거기에 대해서, 딱 그 팩트에 대해서 제가 사과를 드릴 거고. (…)″ </blockquote>
정리해 보면 ′이미 포괄적으로 다 사과를 했는데,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해명하듯 사과하는 건 맞지 않다′라는 뜻일 텐데요. 당시 정치권에선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의 이런 사과 방식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비판이 연이어 나왔었죠.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조경태/국민의힘 의원]
″사실은 사과를 하면 이러이런 부분에서 국민께 미안하고 죄송하다라고 솔직하게 했어야 되는데, 마치 오늘은 누군가에 의해서 등 떠밀려서 기자회견 하는 느낌, 담화문 발표한 느낌, 회견은 하기 싫은데 마지못해서 하는 느낌 이런 느낌을 많이 줬거든요.″ (지난 7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김재섭/국민의힘 의원]
″훨씬 전향적인 태도로 지금 국민들께서 제기하시는 여러 가지 의혹들, 뭐 명태균 씨와 관련된 의혹, 여사와 관련된 문제 그다음에 야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훨씬 대통령께서 전향적이고 적극적이고 더 공격적으로 사과를 하셨어야 된다고 봅니다.″ (지난 8일, KBS1라디오 ′전격시사′)</blockquote>
구태여 2주 가까이 흐른 사건을 되짚어 본 건, 어제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 대통령실을 대표해 자리한 홍철호 정무수석의 발언 때문입니다.
지난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사과했는지′ 질문했던 부산일보 기자의 태도가 ′무례하다′라고 지적했는데요.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윤종군/더불어민주당 의원]
″얼마 전에 대통령께서 이렇게 사과 고개 숙여서 하셨잖아요. 그런데 정말 궁금해서 좀 여쭤보는 겁니다. 그런데 끝날 때 기자가 어떤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사과하신 거냐 그러니까 답변을 못 하셨어요. 뭐 때문에 사과하신 겁니까?″
[홍철호/대통령실 정무수석]
″우선 담화문 속에서 저의 불찰과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상심을 드린 점 이런 것에 대해서 우선 포괄적인 말씀을 주셨고요. 사과한다는 그리고 고개 숙여서 태도로서 또 사과하셨고요. 그다음에 이제 기자들하고 일문일답을 통해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부분까지도 사과의 내용이 들어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윤종군/더불어민주당 의원]
″기자가 질문을 했을 때…″
[홍철호/대통령실 정무수석]
″그건 부산일보 부산일보 기자인데요. 저는 그건 그 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 저는 그 태도는 시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blockquote>
대통령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또 포괄적으로 사과한다고까지 했는데 꼬치꼬치 캐묻듯 질문한 태도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는 건데요. 이어진 질의에서도 결국 왜 대통령이 왜 사과를 했는지에 대해선, 끝끝내 이유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윤종군/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동안에 뭐가 뭐가 잘못됐기 때문에 이 지점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사과해야 됩니다, 대통령님. 다른 것은 의혹이니까 당당하게 맞서야 됩니다.′ 분명하게 얘기를 해 주시고 대통령이 국민께 고개를 숙여야 되는 거지, 뭘 사과하는지도 모르고 내용도 없이 일어나서 고개 한번 숙인다고 고개 사과로 국민들이 받아들이겠습니까?
[홍철호/대통령실 정무수석]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 대통령님이 하실 말씀은 그 담화 속에 들어 있었고, 또 기자들과의 대화 속에도 들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blockquote>
사실 ′대통령을 향한 기자의 무례한 질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한 기자의 질문을 두고 비슷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죠.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김예령/당시 경기방송 기자]
″현 정책에 대해서 기조를 바꾸시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시려는 그런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요.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blockquote>
당시에도 질문한 기자의 태도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무례한 거지 돌직구 질문이 아니다′, ′국민이 하고 싶은 질문을 콕 집어서 한 거다′라는 등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다만 김 기자의 질문 태도에 대해, 이번 사건처럼 당시 청와대 핵심 참모가 직접 나서서 ″무례한 태도″라고 지적한 사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의 언론관을 엿볼 수 있는 홍 수석의 발언을 두고, 이창현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MBC와의 통화에서 ″기자들의 비판적 질문을 두고 예의 없다고 하는 건 국민의 질문에 대해 예의가 없다고 하는 말과 같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이창현/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은 국민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이고, 그래서 국민들이 궁금한 것을 대신 물어보는 성격을 갖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 대통령에 대해 예의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음 직한, 대통령실의 잘못된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blockqu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