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16 13:42 수정 | 2026-04-16 15:01
지난 12일,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당 대회가 열렸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당 총재 겸 총리 취임 이후 첫 당 대회였던 만큼 세간의 이목은 다카이치 총리의 연설에 쏠렸습니다. 이날 총리는 ″때가 왔다″며 헌법 개정을 향해 총력을 모아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내년 당 대회는 개헌 발의 전망이 선 상태에서 맞이하고 싶다″며 1년이라는 기준을 제시, 속도감 있게 논의를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도 함께 피력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당 대회 후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건 의외의 인물이었습니다. 바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제창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여성, 그런데 현역 자위대원입니다. 육상자위대 중앙음악대 소속 3등육조, 우리 기준으로는 하사에 해당하는 계급입니다. 그녀는 ″육상자위대가 자랑하는 소프라노″라는 소개와 함께 제복차림으로 등장해 기미가요를 제창한 후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이 같은 모습에 정치권에선 당장 자위대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자위대는 자위대법 제61조와 시행령을 통해 대원의 정치적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특정 정치인의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구독을 하는 행위도 발각 시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 일본 군부가 문민통제를 벗어나 전쟁으로 치달았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자위대를 관리하는 최고 행정기관인 방위성의 수장,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대신은 물론 다카이치 총리까지 나서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위관의 참석을 사전에 알지는 못했으나 ″국가를 불렀기 때문에″ 정치적 활동이 아니라는 겁니다.
총리는 지난 14일 관저에서 기자단의 질문에 ″당일 회장에 도착할 때까지 자위관이 온다는 건 알지 못했다. 다만 해당 자위관은 직무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민간인의 의뢰를 받아 국가를 제창했다. 따라서 자위대법 제61조 1항에 대원의 정치적 행위 제한이 규정돼 있지만 국가 제창 자체는 정치적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명은 논란을 잠재우긴커녕 오히려 기름을 부었습니다. 무엇을 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 당의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한 야당 정치인은 ″그냥 실수였다고 하면 될 일을 애먼 해명을 해서 해당 자위대원까지 욕을 먹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심지어 자민당 내에서도 ″아무도 문제가 될 거로 생각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것일까요. 정부 대변인 격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어제 국회에 출석해 해당 대원의 행위가 ′법률 위반 여부와 정치적 오해를 초래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충분히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위법이 아니라는 해명은 엄밀히 말해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정치적 목적의 집회에 참석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긴 하나 참석의 목적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는 등 해당 정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나 이번과 같이 국가를 부른 게 전부라면 빠져나갈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 논란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이들은 ′국가 제창′의 위법 여부를 따지고 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자위대와 정치권의 거리가 어떠한 형태로든 가까워지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것입니다. 총리가 ′국론을 양분될 수 있다는 걸 고려하고서라도′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강하게 추진하는 지금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중의원 압승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집권여당의 오만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