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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최동훈 감독의 인상은 차분하다. 말투도 그렇다. 그런데 지독하다. 일단 지독한 메모광이다. 술집 얘기, 걷다가 드는 생각, 버스 승객들 대화, 닥치는 대로 쪽지에 적는다. 그런데 그게 영화가 된다.
최 감독에 따르면 <암살>이 성공한 건 ‘우연’ 때문이었고, 메모지 ‘종이 쪼가리’ 때문이었다. 전지현의 찰진 명대사도, 긴장을 극대화하는 액션 장면도 그랬다. 영화 <도둑들>에 이어 생애 두 번째 ‘1000만 관객’(8월 15일 기준) 기록을 세운 최동훈 감독을 만났다.
1971년 생. 직접 쓴 시나리오로 완성한 <범죄의 재구성(2004)>이 첫 연출 데뷔작이다.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으며, <도둑들>과 <암살> 등의 작품을 통해 두 번이나 ‘천 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
‘종이 쪼가리’가 ‘천 만 관객 영화’로
최동훈 감독은 영화계의 소문난 메모광이다. 시도 때도 없이 적는다. 버스에서 사람 얘기 엿듣는 것을 좋아하고, 여고생 수다나 아저씨들 얘기에서 재미있는 말투나 표현을 메모한다. 그 메모가 결국 “통한다”고 했다.
Q. 대체 뭘 적는가? 그게 어떻게 영화 <암살>로 이어지는가?
A. 영화 액션 신은 굉장히 복잡하다. 1차 메모로 액션 장면에 대한 순서를 정리해놓는다. 그런데 막상 촬영 현장을 가보면 상황이 종종 달라진다. 현장에서 우연히 깨닫는 것들이 있다. 즉석에서 액션 연기자들의 동선을 새로 만들고, 그럴 때마다 아무 종이나 쭉쭉 찢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놓고 촬영감독, 배우들과 다시 얘기한다.
Q. 총격 장면도 그런 방식으로 제작했나?
A. 총격 장면을 찍을 때 총 쏘는 사람, 맞는 사람, 터지는 위치, 다 미리 정해놓는다. 거기에 촬영용 폭약을 심고 잘 짜인 동선으로 촬영한다. 그런데 그것조차 현장에서 바뀐다. 위치를 옮겨가며 더 리얼하게 찍으려고 하고, 관객이 보기에 불필요한 장면을 제거한다. 실제로 안옥윤(전지현)이 결혼식장에서 총 쏘는 순간 부케가 터지는데,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우리는, 그런 우연을 사랑한다.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것들 말이다. 그렇게 촬영하면서 느끼는 영감이 훨씬 더 생생하다. 우연이 오히려 현실감을 불러일으키고, 촬영에 열정을 불어넣는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의 비밀
각본을 직접 쓰는 감독답게 그는 ‘대사’에 집착한다. 최동훈 감독의 손에서 나온 대표적인 명대사는 “나 이대 나온 여자야”(영화 ‘타짜’의 김혜수)와 “알려줘야지. 우리가 계속 싸우고 있다고.”(영화 ‘암살’의 전지현) 등이다. 그는 “모든 사람은 3일에 한 번 명대사를 내 놓는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Q. <암살>을 포함해 역대 영화마다 ‘찰진’ 대사, 명대사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A. 영화 <타짜> 발표 이후 놀랐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가 인구에 회자된 거 보고 많이 놀랐다. 그 대사는, 친구들과 이화여대 앞에서 술을 마시다가 실제로 주워들은 얘기다. 옆 자리에서 여성 몇 분이 얘기하는데, 한 분이 술을 드시다가 그런 얘기를 하니까 다른 분들이 까르르 웃었다. 그때는 그게 굉장히 인상적인 대사라고 생각해서 메모했고 영화에 써먹었다.
<암살>의 키워드는 ‘두려움’이다. ‘누군가를 암살하려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최동훈 감독의 고민이었다. 그는 이것도 메모했다. “정말 두려워. 이 두려움, 어떻게 하지? 어떻게 보여주지?” 그리고 이 ‘종이 쪼가리’를 배우들과 공유했다. <안 보여주려고 감췄지만, 천 만 관객들에게 두려움을 들킨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나왔다고 했다.
취재 · 글┃ 신지영 장준성
영상취재┃ 이창순
영상편집┃ 최현영
디자이너┃ 양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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