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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인터뷰] 임원희 "스킵 누르지마!"

입력 | 2015-11-03 16:16   수정 | 2015-11-03 19:57
서울 삼청동의, 분위기 있는 카페였다. 삭발로 나타난 임원희는 아메리카노와 조각 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는 포크로 아주 작게, 케이크를 잘라먹기(정확하게는 파먹기) 시작했다.

-나는 입이 워낙 작답니다.
“네.”

가을이었다. 햇살이 강했다. 노려보는 건지, 찡그리는 건지. 임원희는 도통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나 웃겼다.
배우 임원희는 :

1970년 생. 코미디와는 거리가 먼, 정통 연극 연기자다. 장진 감독의 영화 <기막힌 사내들(1998)>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실미도(2003)> <주먹이 운다(2005)> <식객(2007)> <쓰리 섬머 나잇(2015)>등 수 십여 개 작품에 주연 또는 조연으로 출연했다. “이목구비가 비교적 또렷한 외모(라고 본인은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점잖고 무거운 배역을 맡기에는 매우 어색한 배우가 돼버렸다”는 게 본인의 고민이다. B급 코드, 코믹 연기를 대표하는듯한 지금의 임원희 이미지는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로 만들어졌다.
현재 MBC ‘병영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에 출연하고 있으며, 최근 개봉한 <성난 변호사>에는 이선균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역할로 출연했다.
나란히 앉았다. 가까이 다가가다 무릎이 맞닿았다. 그가 당황했다.

Q. 보기만 해도 웃기는 얼굴이다.
A. 누가 그러더라. “네 뒷모습도 웃기다”고. 아니, 도대체 내가 뭘 했기에.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건 아니다. 살다보니 이런 캐릭터로 굳어지는 거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장점으로 승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Q. 게다가 삭발을 했다.
A. MBC <진짜 사나이> ‘해병대 편’ 출연 때문이다. ‘해병대 돌격머리’를 해야 입소가 가능했다. 훈련소 앞 미용실에서 깎았는데 실제 들어가서 불합격 처리됐다. 해병대 사병들이 다시 깎아줬다.

Q. 남자들이 제일 싫은 거, 군대 두 번 가는 꿈이다.
A. <진짜 사나이>에 나온 부대만 여덟 곳이다. 아무리 예능이지만, 나의 팔자도 참 기구하다고 생각했다.

임원희는 올해 만 45살이다.

Q. 군대 가면 몸 힘들지 않은가.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A. 촬영 들어갈 때 마다 후회한다. 몸이 진짜 힘드니까. 그렇게 후회해놓고 또 들어간다. 그런데 나름 의미가 있다. 요즘 현역 군인들이 보통 96년생 아니면 97년생이다. 이번 해병대 편에서 행군을 하는데, 한 친구가 “저희 아버지하고 동갑이세요.”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저희 아버지도 같이 걸을 수 있을까 궁금해요.”라고 했다. 그런 묘한 재미와 감동이 있다.
연극배우 출신이기도 한 그는 1995년 세익스피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무대에 데뷔했다.

Q. 로미오 역이었나?
A. 하인이었다. 로미오 할 얼굴은 아니다. 내가 그 정도 양심은 있다.

Q. 로미오 맡았어도 좋았을 텐데. 특유의 목소리, 특유의 표정이 강점 아닌가.
A. 나는 내 목소리가 싫다. 콤플렉스가 됐을 정도다. 하지만 이 목소리 톤으로 광고까지 찍은 사람이 ‘내 이미지 싫다’고 하는 것도 웃긴 거 같다.

Q. 지금 인터뷰는 안 웃기지만, 연기는 정말 웃기던데. 코믹 연기의 비결?
A. 코미디, 절대 쉽지 않다. 내가 내 입으로 코미디 연기를 잘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관객들이 그저 나를 코믹하게 봐주시는 것이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코미디 연기다.

Q. 사람들이 당신을 코믹하게 여기는 게 싫은가.
A. 아니다. 예능에서 생각보다 안 웃기니까 고민이지. 나는 악역이 싫어요, 나는 코미디 연기자가 싫어요. 그런 배우가 어디 있겠나.
임원희는 닮은 사람이 유독 많다. 일부 네티즌들이 ‘임원희 닮은꼴 연예인’을 올리기 시작한 게 신세경, 유노윤호, EXID 솔지, 심지어 독일 프로축구팀 FC 바이에른 뮌헨의 마리오 괴체까지 이어졌다.

Q. 왜 그렇게 닮은 사람이 많을까.
A. 누가 그런 걸 퍼다 나르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 얼굴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름 개성 있는 얼굴인데, 진한 눈썹과 강렬한 눈매 때문인지 몰라도, 갖다 붙이니까 의외로 닮은 사람이 많더라. 그러나 나는 누구하고 닮았다고 해서 손해볼 게 없다. 여자 아이돌 닮았다는 소리도 듣고, 즐거운 일이다. 다만 마리오 괴체 닮았다는 말 듣고서는 ‘이제 거기까지 가는구나’ 싶었다.

Q. 당신도 연기파로 분류된다. 연기파의 전성시대라고 생각하나?
A. 예전에는 잘 생긴 배우들이 연기를 잘 못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있었다. 다 옛날 말이다. 연기파라는 구분, 이제 웃기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연기자가 다 연기를 잘하는 시대가 됐다. 그런 게 상향평준화 아닐까. 관객들 보기에 살아남은 배우,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배우라면 다 연기파라고 생각한다. 살아남기 위해 나도 여러 가지 하고 있는 것이고.

그는 임시완같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신인 배우들로부터 오히려 배우게 됐다고 했다. 그는 “배우는 레미콘처럼 자꾸 굴려줘야 한다”고도 했다. 레미콘이 멈추는 순간 시멘트가 굳듯이, 배우는 매너리즘에 빠지면 끝이기 때문에, 또 배우는, 평생 남의 캐릭터를 대신 살아가는 직업이기 때문에.


취재. 글 : 장준성
촬영. 편집 : 최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