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전예지

'잠긴 소화전' 일가족 3명 참변…"동파 우려 때문에"

입력 | 2018-01-29 20:35   수정 | 2018-01-2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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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어제(28일) 14층 아파트에서 불이나 소방관들이 출동했는데 소화전에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일가족 3명이 숨졌는데요.

강추위 속에 동파를 우려해 이렇게 소화전을 잠가놓는 아파트가 많다고 합니다.

전예지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14층 베란다,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김동진]
″러닝셔츠 차림에 이거 하나만 입고 뛰어나온 거지 지금…″

저녁 7시쯤 불이 나자 곧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진화에 1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

불길을 잡기 위해 소방관들이 아래층과 위층 복도에 소화전을 연결했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이렇게 층마다 설치된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자, 소방대원들은 14층 높이까지 계단을 타고 소방호스를 옮겼습니다.

아파트 지하 물탱크에서 복도 소화전까지 물을 보내는 펌프는 아예 꺼져 있었습니다.

강추위에 배관이 얼어 터질 걸 우려해 잠근 걸로 보인다고 소방서 측은 밝혔습니다.

그 사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91살 김 모 씨와 아들 부부는 병원에 실려갔지만 모두 숨졌습니다.

취재진이 오늘 낮 불이 난 아파트 바로 옆 동과 근처 아파트도 다시 찾아보니 그곳 소화전 펌프도 여전히 꺼져 있었습니다.

[인근 아파트 관리사무소]
″원래 열어놨었는데 그게 다 얼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잠가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안 그러면 다 터져버리니까…″

실제로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어제 물이 차 있던 소화전 배관이 터져 아파트 복도에 물난리가 났습니다.

소방당국은 배관이 낡은 아파트에서 소화전 펌프를 꺼 놓는 경우가 많은데 화재가 나면 진화가 어려워지는 만큼 동파방지는 배관을 열선처리 하거나 노후된 관을 교체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MBC뉴스 전예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