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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상
누적적자 4조 원…하베스트 인수의 흑막
입력 | 2018-03-11 20:15 수정 | 2018-03-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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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명박 정부 당시 석유공사가 사들여 4조 원대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하베스트사의 캐나다 유전을 MBC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광활한 지역에 소규모 유전이 산재해 있는, 경제성이 낮은 곳입니다.
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무리하게 해외 자원개발을 추진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고은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캐나다 서부 앨버타주.
중심 도시 캘거리에서 1시간 정도를 차로 달려나가면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평원이 나옵니다.
흰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대지에 거대한 검은 색 물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펌프 잭, 일명 메뚜기라고 불리는 원유 추출 장치입니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009년에 4조 5천억 원을 들여 인수한 하베스트가 가진 유전 중에 한 곳입니다.
주위를 둘려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너른 대지 위에 이 유전만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드넓은 대지에 추출기는 두 대.
그나마 땅 밑에서 원유를 뽑아내는 펌프 잭은 한 대뿐, 다른 한 대는 고장나 움직이지 않습니다.
석유공사가 인수한 하베스트사의 이런 유전들은 캐나다 앨버타주와 인접한 브리티시 콜럼비아 등 2개 주에 걸쳐 산재해 있습니다.
대한민국 면적의 10배가 넘는 지역에 60개가 넘는 광구가 곳곳에 퍼져 있는 것입니다.
[고기영/해외자원개발 혁신 TF 위원]
″하베스트 광구 한 번 가보세요. 우리나라 땅보다 넓어요. 하나는 저기 대전에 있고 하나는 저기 부산에 있고.″
당연히 인건비와 관리비가 많이 드는 등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지금까지 하베스트에서 생긴 누적적자는 4조 원.
게다가 이곳에서 생산된 원유는 질이 떨어지는데다 캐나다법에 따른 반출 제한 방침 때문에 한 방울도 들여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정부 역량을 총동원한 공격적인 해외 자원 개발을 독려했습니다.
[이명박/전 대통령(2008년 3월17일 지식경제부 업무 보고)]
″우리 대한민국도 앞으로 저 자신을 포함해서 총리, 주무 장관, 또 관계 장관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더욱 의심스러운 건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7년 12월, 석유공사가 원유 매장량을 평가하는 기준을 느슨하게 바꿨다는 사실입니다.
매장량에는 생산이 확실한 확정 매장량, 그리고 어느정도 생산이 가능한 추정 매장량, 개발이 불투명한 예상 매장량 등 3가지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이전까지는 국제 기준에 따라 추정 매장량도 고수적으로 인정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100% 모두 인정하게 했고, 생산도 불투명한 예상 매장량도 재량껏 인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하베스트 유전만 하더라도 원래 기준으로는 1조 8천억 원 정도지만, 바뀐 기준으로는 3조 원, 2배 가까이 가격이 불어납니다.
하베스트 인수 당시 해외 언론은 한국을 조롱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 ″이건 하베스트에 내려진 신의 선물이다″
4조 원의 적자를 본 하베스트 인수 작업에 석유공사가 붙인 암호명은 ′프로젝트 에르메스′ 이 밖에도 이명박 정권 당시 추진됐던 석유공사 해외 자원개발 암호명은 ′프로젝트 디오르 앤드 샤넬′, ′프로젝트 프라다′ 등으로, 해외 명품 브랜드의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하베스트 인수는 과연 정책과 투자의 실패 사례인 것일까?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유전 거래에는 이른바 ′랜드맨′이라고 불리는 브로커가 반드시 개입하며, 이 브로커가 자원개발에 얽힌 의혹을 풀어줄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베스트 거래 당시 거액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브로커의 존재 등 더욱 깊숙한 이야기는 오늘 밤 11시15분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MBC뉴스 고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