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남재현

어선 조난시 어민 탓하더니…툭하면 '브이패스' 먹통?

입력 | 2018-03-17 20:14   수정 | 2018-03-1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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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해상에서 조난사고가 났을 때 어선의 위치를 추적해주는 브이패스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해경은 그동안 어민들이 이 장치를 끄고 다녀서 사고 났을 때 어선의 위치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는데, 이 장치가 툭하면 먹통이 되는 등 실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남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28일 오후, 완도 남동쪽 해상에서 어선 한 척이 사라졌습니다.

악천후 속에서 해경이 수색에 나섰지만 근룡호는 지나가던 유조선이 한참 뒤에야 발견했습니다.

그 사이 두 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습니다.

이른바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겁니다.

작년 8월, 구룡포 앞바다에서 조업하던 광제호 또한 해경이 전복된 위치를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새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습니다.

두 사고 모두 어선 위치를 해경에 자동 송신하는 위치추적기, 브이패스는 먹통이었습니다.

사고에 대비해 달아놓은 브이패스는 왜 하필 침몰하는 그 순간, 침묵하는 것일까.

보통 브이패스는 어민들이 불법 조업을 하기 위해 꺼 놓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오윤택/어민]
″(브이패스가) 됐다 안 됐다, 그랬어요. 그런 게 많아 가지고 (해경) 통제소하고 우리하고 실랑이가 있었고요.″

자주 고장이 나 켜둘래야 켤 수가 없단 겁니다.

불법 조업이 문제가 아니란 건 정부도 알고 있습니다.

[해수부 관계자]
″일부 불법적으로 조업을 하시는 분들, 몇 분들이 전부라고 표현이 되는 분이 있어서 좀 안타깝기는 한데. 그건 극소수입니다.″

실제 해경이 280억 원을 들여 전국 6만 3천여 척의 어선에 달아준 브이패스의 고장률을 살펴봤습니다.

40%가 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평균 19.1%, 10대 중 2대가 이상을 보였습니다.

특히 초기 제품들은 염분이나 습기, 항해시 진동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던 겁니다.

[제조 업체 관계자]
″완벽한 장비는 세상에 있을 수 없잖아요. (어플도) 버그 같은 게 있거나 수정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다운로드를 받지 않습니까?″

문제는 수리·교체 비용입니다.

브이패스를 보급할 때는 진척률까지 체크해가며 독려하던 해경이, 빈발하는 고장에는 업체를 찾아가보라고만 합니다.

100만 원이 넘는 기기 교체비, 단말기만도 50만 원 선인 수리비가 오롯이 어민들 부담인 겁니다.

[장성봉/어민]
″우리가 설치해 놓은 거 같으면 우리가 따지기라도 하지. 안테나 껍데기 하나에 40만 원 달라고 하니까 납득이 안가잖아요.″

[김철민/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
″정부가 강제로 설치해 놓은 상태에서 또 비싼 수리비를 어민들에게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해수부는 초기 단말기에 한해 정부가 수리비의 60% 정도를 부담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