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서유정

스쿨미투 그 후, 현장에선 '솜방망이 처벌'

입력 | 2018-03-18 19:28   수정 | 2018-03-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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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미투 폭로가 확산되면서 학교 내 성폭력 고발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최근 종합 대책을 내놓기도 했죠.

미투 폭로가 있었던 학교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서유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7년 전 여중 시절 교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20대 여성.

최근 미투 운동 속에 어렵게 용기를 내 SNS에 과거의 상처를 고백했습니다.

[이 모 씨/성추행 피해 학생]
″저랑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머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 학생들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드는 거예요. 아직도 (가해 교사가)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혹시 또 다른 피해자가 있지 않을까…″

추가 피해자가 나타나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교육청은 지난 12일 해당 여중에 대해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에 나섰고, 가해 교사의 직위해제를 요청했습니다.

가해자는 사건이 공론화된 후 사표를 쓴 상태지만, 직위해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교편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표 이틀 뒤. 해당 학교를 찾아가봤습니다.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집니다.

[00여중 학부모]
″학생들은 상처를 받았으니까 (학교는) 뭘 하시겠느냐는 거죠.″

그런데 학교 측은 뜻밖에도 ″가해 교사를 직위 해제하기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00중학교 교장]
″그렇게 하려면 경찰에서 수사개시 통보가 와야 하는데 피해자 측에서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고소, 고발이 있어야 하나 아직 고소, 고발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는 울분을 토합니다.

[이 모 씨/성추행 피해자]
″그 사람들은 성폭행을 당해본 적이 없으니까 고소장을 쓰는 과정도 모르는 거죠. 그 고통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아주 침착하게 써야 하는 상황인데 그건 정말 학교가 또 피해자 탓을 하고…″

학교 관계자를 찾아갔습니다.

취재진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제서야 사립학교 법인 정관에 따라 직위해제가 가능하다고 말을 바꿉니다.

[학교 측 관계자]
″법인 정관에 이것저것 끼우면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아마 직위해제가 될 거예요.″

기간제 보건교사였던 노 모 씨.

지난해 4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정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문제 제기를 했지만 아무런 처벌이 없었다고 합니다.

[노 모 씨/성추행 피해 교사]
″학교 자체가 성추행 건에서 이렇게 미흡할까… 대처하지도 않고 하려 하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신고(고소)를 하게 됐고…″

검찰이 기소했지만 가해자는 교편을 잡고 있는 건 물론 담임까지 맡고 있습니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게 학교 측 입장입니다.

[학교 측 관계자]
(굳이 담임까지 맡기고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담임을 못 맡을 이유가 있나요? 학교 경영은 학교장님이 하시니까…″

학교 안은 위계 서열이 강하다 보니 피해를 입고도 아예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교육부 홈페이지 성폭력신고센터에 접수된 건수는 2015년 2건, 지난해엔 단 7건에 불과합니다.

[이현혜/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가해자 처벌이 정말 안 되는 것 같아요.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문제가 된)교사가 사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 안 되는 거죠.″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스쿨미투.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학교도 안전한 곳이 아니다′라며, 학교가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교육계 미투에 대해 보다 강력한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서유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