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배주환

건설노동자 퇴직금 안 주려고 근무 일수 누락

입력 | 2018-03-28 20:37   수정 | 2018-03-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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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건설노동자는 하루 일하면 작년까지는 4천2백 원, 올해부터는 5천 원씩 적립되는데요.

이렇게 쌓인 돈은 나중에 퇴직금처럼 노동자가 찾아갈 수 있는데, 정작 매년 수백억 원이 누락되고 있습니다.

배주환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30년 넘게 건설 현장에서 목수로 일하는 이길수 씨.

건설근로자공제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지금까지 며칠 일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2006년부터 쌓인 근무 일수는 총 2,056일.

한 달에 20일도 안 쌓인 셈입니다.

[이길수/건설노동자]
″23~24일 정도 많이 해요 한 달에. 일요일은 쉰다고 치더라도. 19일이면 4~5일은 적게 들어간 거죠.″

함께 일하는 동료는 아예 몇 달째 적립이 안 됐습니다.

[김 모 씨/건설노동자]
″2017년 11월까지만 지금 올라오고 나머지 12월, 1월, 2월까지 3~4개월이 비잖아요.″

건설노동자 퇴직금은 건설 업체가 매일 근무자를 파악해 공제회에 신고하고, 돈을 납부합니다.

실제로는 어떻게 신고하고 있는지 아파트를 짓고 있는 한 현장의 공사일지를 입수해봤습니다.

지난해 전체 노동자들의 근무 일수를 모두 합치면 4만 8천여 일.

그런데 해당 기간 공제회에는 3만 4천여 일에 해당하는 금액만 들어왔습니다.

30% 가까이 신고를 누락하고 그만큼 돈도 안 낸 겁니다.

[건설업체 관계자]
″퇴직공제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가 업무가 서툰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간혹 늦게 신고하고 늦게 입금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업체들이 내지 않은 돈은 공제회 추산 약 500억 원, 건설노조 추산으로는 약 1조 원이나 됩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근무자 수를 줄여서 신고하면 돈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누락 사실이 드러나도 손해 볼 게 없습니다.

처벌은 과태료가 유일한데, 최대 10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조인환/건설근로자공제회 사업운영본부장]
″(과태료가) 1회 25만 원, 2회일 경우에는 50만 원 이렇게 높아지지만 누락 금액 대비 과태료 수준은 낮다고 봅니다.″

한 달에 20일 넘게 일해도 19일치만 적립해주는 경우도 잦습니다.

20일 이상 일하면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니까 이렇게 하면 보험료도 안 낼 수 있습니다.

업체가 퇴직금을 납부해야 하는 전국의 공사 현장은 현재 약 3만 곳.

하지만 공제회 직원은 130명에 불과해 단속도 어렵습니다.

[최승섭/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
″공제회에서 현장 점검을 나가고 지도 감독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현장 노동자도 잘 모르시고 발주처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고…″

이미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업체 대신 노동자가 직접 근무 일수를 신고할 수 있고, 과태료도 올리는 내용으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논의만 하다 회기만료로 폐기됐고, 이번 20대 국회에 다시 발의된 상태입니다.

MBC뉴스 배주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