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령

먼저 떠난 친구에게…"잊히지 않게 해줄게"

입력 | 2018-04-15 20:23   수정 | 2018-04-1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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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세월호 참사로 먼저 떠난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요?

희생자들과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직접 해주고 싶은 말을 모아 다큐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어떤 말보다 진솔함이 담겨있습니다.

손령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다큐멘터리 영화 ′친구들′ 中]
″죽은 사람처럼 한 달 동안 살면서 슬퍼했으면 됐지, 걔가 뭐라고 장례식장까지 가?″
″내가 죽어도 내 주위 사람들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너무 보고 싶어요. 그냥 만약에 여기서 ′죽어서라도 승묵이를 볼 수 있다면 보러 갈래?′라고 하면 죽어서라도 승묵이 보고 싶어요.″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들을 결코 잊을 수는 없었습니다.

1년 전 26명이 모여 단막극, 애니메이션, 그림 등 각자의 방식으로 친구들을 그리워했고 이 기록은 한 편의 영화가 됐습니다.

[홍수정/영화 제작 당시 고3]
″저희같이 공감해주고 싶어하고 같이 아파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그래도 꽤 많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강민지/단원고 희생 학생 중학교 친구]
″왜 이렇게 유난을 떠냐 가족이 죽은 것도 아닌데…이런 식으로 생각을 해요. 저희 부모님들은…″

[정광배/단원고 희생 학생 중학교 친구]
″′야, 거기 다들 빨갱이들 집단체야. 열심히 공부나 해서 부모님들한테 효도해야지, 왜 그딴 데 가′ 바로 그 소리 들었거든요. 바로 어제에요.″

처음이라 서툰 점도 많았습니다.

[나기훈/단원고 희생 학생 중학교 친구]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진짜 이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 봐. 친구들을 잊히게 하는 건 되게 억울한데…″

단단한 벽도 느꼈습니다.

[이강/영화제작 당시 고3]
″대통령이 되고 싶었어요. (대통령이 돼서 뭘 하고 싶었니?) 철저한 진상 규명.″

시종일관 진솔함만이 가득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1만 6천 명이나 찾았습니다.

영화를 본 뒤 사람들은 우리의 냉담함을 그리고 미안함을 말합니다.

[김태훈/관객]
″어른들이 해주지 못하고 또 사회 구성원으로서 너무 감사한 일을 해줘서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강민지]
″다행이에요. 이걸 이렇게 슬퍼하는 걸 나쁘게 안 봐주니까…″

영화를 통해 바라는 건 단 하나.

먼저 떠난 친구들이 세상에서 잊혀지지 않는 것.

그리고 이 진심이 어른들의 시선처럼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10대니까 꼭 어린애들이 그냥 뱉은 소리겠지. 그게 진심에서 나온 줄 몰라요. 그걸 들어주질 않아요.″

MBC뉴스 손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