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재영

우리 모두의 상처…'트라우마' 함께 극복해야

입력 | 2018-04-17 20:39   수정 | 2018-04-1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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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방금 보신 장면이요.

저런 거 수없이 봐왔지만 배를 화면으로 본다는 거는 정말 상당히 무력감을 갖게 합니다.

카메라로 촬영도 할 수 있고 그걸 두 눈 뜨고 볼 수도 있지만, 생명을 구할 그 어떤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유가족들의 고통에 비할 바는 물론 아닙니다만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에 시달리곤 합니다.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광주 민주화 운동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트라우마센터.

5·18 이후 20여 년이 흐른 지난 2004년, 한해 7명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만들어진 곳입니다.

[오수성/광주트라우마센터장]
″저도 깜짝 놀랐거든요. 대개 한 20년이 지나면 그런 것들이 완화될 거라고 저도 생각을 했었거든요.″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을 겪은 후의 정신적 충격, ′트라우마′는 대체로 한 달, 길어도 1년 정도면 치유됩니다.

극복하지 못할 경우엔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병으로 악화됩니다.

그런데 광주나 세월호처럼, 국가와 사회적 요인이 개입된 ′소셜 트라우마′는 이런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론 극복할 수 없는 외부 상황이 트라우마를 끊임없이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참사 관계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침몰 광경을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은 재난의 ′목격자′가 됐고, 그래서 알게 모르게 트라우마에 노출돼 있습니다.

[오주희]
″수십 번 다시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미어지고…″

[정선자]
″그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어휴, 나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구조에 성공했다면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성종호]
″막 달려가서 저라도 뭔가 도움을 줘야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삼풍백화점 붕괴 17일 만의 기적 같은 구조.

지하 700미터에 매몰됐다 두 달 만에 전원이 무사 귀환한 칠레 광부들.

극적인 구조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심리적인 연대감을 느끼고, 이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힘이 됩니다.

제대로 된 구조가 없었던 세월호 참사.

그때 느낀 패배감과 무력감이, 일종의 회피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준석]
″어느 아주머니께서 ′노란 배지가 좀 질린다, 이제 좀 빼라′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평생 갈 수도 있는 ′세월호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우리 사회는 아주 중요한 출발점에 섰습니다.

[채정호/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
″제일 중요한 것은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입니다. 이것을 ′이제 그만해′ 하는 것으로는 절대로 끝낼 수가 없고요.″

[고영훈/안산 온마음센터장]
″중앙에서의 어떤 구조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라는 그런 의문점들을 명확하게 해명을 해준다면, (트라우마) 회복에 있어서의 첫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MBC뉴스 조재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