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서유정

실적 압박에…가짜 자녀 수십 명 등록까지

입력 | 2018-07-08 20:13   수정 | 2018-07-08 20:57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집으로 방문해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학습지 교사들이 우리나라에 10만 명 정도 됩니다.

이 학습지 교사들 중 상당수가 회사로부터 부당한 일들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는 이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해보겠습니다.

먼저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서유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한 학습지 교사의 휴대폰으로 날아온 메시지입니다.

한 보호자 이름에 2013년생 쌍둥이와 두 살 터울의 아이 1명, 또 다른 보호자 밑에는 세쌍둥이도 있습니다.

출생 월, 일까지 적혀있지만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아이들′입니다.

모두 21명입니다.

보낸 사람은 학습지 업체 교원 빨간펜의 지국장.

교사에게 유령회원을 만들라고 지시한 겁니다.

[00업체 ◇◇지국장]
″다 융통성을 발휘해서 수당 받고 다 떼 갖는 거야″

아이마다 여러 개의 과목을 신청한 걸로 허위로 꾸미라는 지시가 이어집니다.

유령회원에 유령수업.

이렇게 신청하면 ′3백 99만 6천 원′을 회사에 내야 합니다.

누가 낼까?

[최 모 씨/전 학습지 교사]
″처리는 제가 하는 거예요. 이거 제가 카드로 대납 다 한 거예요.″

못하겠다고 버티면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00학습지 ◇◇지국장]
″일을 하면서 가라(가짜 계약) 안 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왜 포기하려고 하냐고.″

자기 남편이름 아래에 40명이 넘는 가짜 자식을 만든 교사도 있습니다.

[김명성/전 학습지 업체 교사]
″정말 계약자를 어디서 구할 수도 없어요. 그러면 저희 신랑 이름 밑으로 가공의 아이들을 막 넣는거예요…저희 신랑 밑으로 지금 한 4~50명의 아이가 돼 있거든요.″

지국장들은 회원수가 늘수록 자기가 받는 수당이 올라가지만 교사들은 반대입니다.

1명당 회비는 평균 3만5천원.

교사는 여기서 38%에서 55% 사이의 수수료가 떨어집니다.

유령 회원을 만들면 교사는 3만 5천 원 내고 1만 5천 원에서 2만 원을 가져갑니다.

회원이 늘수록 손해도 늘 수밖에 없는 이상한 구조인 겁니다.

심지어 중간에 그만둔 회원의 회비도 교사가 계속 대납해야 합니다.

[임 모 씨/전 학습지 교사]
″(회원탈퇴를) 그래도 안된다고 막으세요. 네가 가서 어머님을 설득해, 안 된다고 (그렇게 되면) 교사가 그 돈을(회비를) 내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결국 학생들에 대한 영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학습지 업체 교사]
″저희가 종류가 굉장히 많아요. 세분화 돼 있고 학습지로만 하는 게 아니라 연결된 책이랑 같이 볼 수 있게끔 연계표도 돼 있어서 (어머님들이) 조금 많이 만족을 하세요.″

이러다가 회원 확보에 실패하면 다시 교사가 책을 구입하고, 가상의 회원을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최 모 씨/전 학습지 교사]
″그날의 매출이 없으면 (지국장이) 쳐다도 안 봤고, 제가 뭔가 훔친 사람처럼 죄인처럼 하루를 버텨야 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