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병산

'비 홀딱 맞고 나서' 호우경보…'예보'가 아니라 '중계'였다

입력 | 2018-08-29 20:28   수정 | 2018-08-2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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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어제(28일), 오늘 휴대전화로 ′안전 안내문자′ 여러 개 날아왔을 겁니다.

이 문자를 보내주는 이유가 미리 대비하라는 건데, 과연 그런 역할을 했을까요?

기상청 예보국장이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에 그 답이 있습니다.

손병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어제저녁 7시 40분.

기상청은 서울에 호우경보를 내렸습니다.

이미 인천과 경기 북부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상태였지만 서울엔 호우 예비특보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주의보를 건너뛰고 갑자기 호우경보를 발표한 겁니다.

[박정환/서울시 관악구]
″비에 홀딱 젖고 다 난리 난 상태에서 알려주는 거라서, 좀 뒤늦은 거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의미 없지 않았나…″

기상청이 제공하는 동네예보도 빗나갔습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을 보면, 기상청은 저녁 6시대에는 10~19mm, 이후에는 차차 더 적은 비가 내릴 걸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지역에는 앞이 안 보일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잘못된 예보와 ′중계′ 수준의 뒤늦은 특보 발표.

시민들이 대처할 시간은 부족했고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은애/서울시 양천구]
″기상청을 더 이상…절반은 믿고 절반은 안 믿는 상황이라…″

기상청 예보국장은 어젯밤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북쪽으로 올라가던 비구름이 갑작스레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내려왔고, 좁은 지역에 비가 집중되는 정도도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겁니다.

[유희동/기상청 예보국장]
″(하루 예상 강수량을) 150mm 냈잖아요, 서울에. 그런데도 예비특보를 안 낸 건 3시간에 부합되는 그 기준이, 그거보다는 좀 더 긴 시간에 그런 양이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거죠.″

하지만 게릴라성 호우는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지느냐가 중요한 만큼 기상청의 해명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MBC뉴스 손병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