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미희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구멍가게 추억"

입력 | 2018-10-20 20:32   수정 | 2018-10-2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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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금은 동네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곳곳에 있어서 골목길 작은 가게들이 많이 사라졌죠.

20년 넘게 전국 곳곳의 구멍가게들을 찾아서 그려온 화가의 작품을 소개해드립니다.

함께 보시죠.

김미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가을이 내려앉은 가리산 자락.

그 끝에 87살 김봉녀 할머니의 작은 구멍가게가 있습니다.

빛바랜 지붕, 떨어져 나간 벽.

옛집에 담긴 시간의 흔적과 삶의 이야기가 화가의 펜 끝에서 살아났습니다.

1년 만에 할머니를 다시 찾은 길.

할머니는 기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김봉녀 할머니]
″기분 좋네. (가게 문) 열어놓고 이렇게 앉아 있지.″

[이미경/화가]
″지난번에도 우연히 지나던 길에 뵙는데 와서 쉬어가라고 음료수 주시고…″

[김봉녀 할머니]
″지금도 오고 가는 사람들 쉬어가라고 그래. 그게 일이야.″

시간이 멈춘듯한 서울 북악산 아래.

40년 가까이 2대째 마을을 지켜온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가게 앞 평상은 오랜 사랑방입니다.

이 일대 개발 가능성에 언제 사라질지 모릅니다.

[박영희/주민]
″그냥 오고 가며 쉬어가는 거죠, 앉아서. 안 없어지길 바라는 것은 우리 마음이고. 필요한 것 바로 살 수 있으니까 좋은 거죠.″

통영의 60년 된 <제씨상회>부터 이미 문을 닫은 포천의 <만세상회>까지.

20년 넘게 작가가 그린 구멍가게는 2백여 곳이 넘지만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따뜻함과 애틋함.

작가의 그림과 가게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긴 작가의 책은 유럽과 대만 등에서도 공감을 얻으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경/화가]
″우리가 쉽게 이제는 사라져가고 잃기 쉬운 것들에 대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면 그림으로 남기는 것도 저의 소임이라고 생각이 돼요.″

오랜 시간을 순명하며 살아나온 것.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우리가 간직하고픈 보물들입니다.

MBC뉴스 김미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