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의명

[당신뉴스] 헬멧 녹아내려도…소방관의 이야기

입력 | 2018-11-11 20:24   수정 | 2019-10-07 15:24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안녕하십니까, 11년차 소방관 박동천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강원 홍천소방서는 관할구역 크기만 서울시의 세 배.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넓은 구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멀리까지 출동해야 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1초라도 빨리 현장에 닿기 위해 그만큼 더 긴장하고 언제나 단단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평온하던 일요일(4일) 오후의 정적을 깨는 긴급 신고가 걸려왔습니다.

8분 만에 도착한 현장은 이미 실내 전체가 불길과 연기에 휩싸인 상태였습니다.

불길을 잡고 나서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안전하겠지만 세 살짜리 아이가 갇혀 있는 상황이라 한순간도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인수 소방위/홍천소방서]
″거의 기다시피 (들어갔지) 그렇지 않으면 일어설 수가 없으니까 열기 때문에…바닥은 좀 낫거든요.″

저를 포함해 세 명의 화재 진압 대원이 불길과 싸우는 동안 시야 제로 상황에서 연기를 뚫고 아이를 구해낸 건 28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 김인수 팀장님과 구조대원분들이었습니다.

[박동천 소방장/홍천소방서]
″구조대 분들이 그 열기를 온몸으로 맞고 계시는 게 보였어요. 아이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김인수 소방위/홍천소방서]
″지금도 저는 (아이를 안고) 어떻게 내려왔는지 기억이 없어요. 제가 지금 말은 천천히 하지만 (그때는) 엄청 빨랐죠″

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에 제발 살아달라고…그리고 기적적으로 무사히 깨어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속으로 얼마나 만세를 불렀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영화 속 슈퍼히어로가 아닙니다.

특수플라스틱으로 만든 헬멧도, 두꺼운 방화복도 불길 속에서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주지는 못합니다.

늘어나는 흉터 자국은 소방관의 나이테나 마찬가지지만.

[박동천 소방장/홍천소방서]
″지금은 다 나았어요.″

그래도 이 뺨의 상처가 후회가 아니라 영광스런 훈장이 된 건 그 아이가 살아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뜨겁고 두렵지만 참아내고 불길 속에 뛰어들 수 있는 건 그 너머에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이번 사건 이후 우리 소방서로 격려와 응원 전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소방서에서, 현장에서 온몸을 바쳐 일하고 계시는 모든 소방관 동료분들에게도 이 응원의 목소리가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소방관 박동천이었습니다.

당신이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