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라는 내년 예산 규모는 애초 정부가 낸 470조 5천억 원보다 9천억 원 정도 줄어든 469조 5752억 원입니다.
야당이 20조 원 대폭 삭감을 예고했던 것에 비하면 별로 줄어든 게 없죠.
저희들이 따져보니까 깎은 예산은 5조 2천억 원인데, 심사 막판 불과 하루 만에 갑자기 4조 3천억 원 늘었습니다.
실세 의원들이 깎은 예산 상당 부분을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으로 챙겨간 건데 이런 증액 예산에 대한 기록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감액만 몇 달 동안 하다가 막판에 밀실에서 날림으로 진행을 하는 건 국회는 관행이라고 말하는 데 이런 관행을 없애지 않으면 실세들의 예산 나눠먹기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소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9월 3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넘겨받은 국회는 티끌만큼의 예산낭비도 막겠다며 깎고 또 깎았습니다.
[김성태/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
″허물뿐인 일자리 예산 그리고 도대체 우리 국민들이 어디까지 혈세를 퍼주어야 하는지 그 규모를 알 수 없는 남북경협 예산에 대해서 정부여당에 일부 양보를 받아냈다.″
그런데 삭감된 예산은 9천 2백억 원, 전체의 0.2%에 불과합니다.
5조 2천억 원을 깎았지만 4조 3천억 원을 도로 늘렸기 때문입니다.
기초생활 수급 노인에게 월 10만 원 주려던 기초연금처럼 복지, 일자리 예산 등이 사라진 자리를 도로, 철도 등 지역 개발성 예산이 차지했습니다.
늘어난 예산은 상당 부분 실세 의원들 차지였습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역구인 세종시수목원 조성 예산 253억 원 등 총 271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챙겼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 등 568억 원,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 안상수 의원은 해양박물관 건립비 16억 등 58억여 원을 막판에 차지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국회는 9월 3일부터 12월 6일 예산 통과 하루 전날까지 석 달 넘게 감액 심사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