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윤상문

흙 덮치는 건 '순간적'인데…무방비 '땅파기' 여전

입력 | 2018-12-22 20:17   수정 | 2018-12-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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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어제(21일)로 1년입니다.

우리 주변은 여전히 곳곳이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특히 공사 현장, 그중에서도 소규모 공사장의 안전 불감증은 심각합니다.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왜 고쳐지지 않는 걸까요.

윤상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배관을 땅에 묻다 흙더미에 깔려 작업자 2명이 숨진 지난 5일 파주시 공사장 사고.

불과 9일 뒤 인근 고양시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1명이 숨졌습니다.

두 곳 모두 땅을 파내려갈 때 주변의 지반 침하나 붕괴를 막아줄 ′흙막이′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공사 현장은 곳곳이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전선 매립 공사장.

깊이 2m 가량 땅을 파고 내려가 작업자들이 전선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양쪽 절개면이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게 위태롭지만, 방지 시설은 없습니다.

인근의 대규모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

작업 중인 굴착기 옆 바로 아래서 자재를 나르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굴착기 추락이나 흙벽 붕괴를 막을 안전 시설이 왜 없냐고 물어봤습니다.

[공사 현장 관계자]
″그렇게 따지고 이해하시면 뭐 아예 작업을 못 하죠. 흙막이를 하고 계속해야 하는데, 설계를 다시 바꿔야 되겠죠.″

지난 13일 안산의 온수관 파열 복구공사 현장 역시 흙막이 시설 없이 작업자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깊이 3.6미터, 너비 1.5미터를 기준으로 할 때 쌓아놓은 흙이 무너지면 순간적으로 1톤 이상의 충격이 인체에 가해집니다.

안에 있는 작업자가 피하거나 빠져나올 여유도 없습니다.

[김천규/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흙이 떨어지는 데) 0.7초 정도 걸리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흙이 덮쳐) 순간적으로 쓰러지고 난 다음에 공간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허우적거린다거나 그런 것들이 불가능하고요.″

이곳은 5미터 깊이의 공사현장입니다.

보시는것처럼 이런 철제 판넬을 설치해야 흙벽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사고는 대개 예산이 적고 작업 기간이 짧은 소규모 공사현장에서 발생합니다.

이런 곳은 흙막이를 설치하는 데 3백만원 정도면 충분하지만 이마저도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김성남/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
″현실적으로 규정대로 지켜지지 않은 현장이 열에 아홉은 된다고 봐야죠.″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사고가 빈발하는 소규모 공사장에 대해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