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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봉춘이 간다] 일·가정 다 잡으라더니…'반쪽짜리' 공무원?

입력 | 2018-03-28 07:21   수정 | 2018-03-2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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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시간선택제 공무원′.

정부가 4년 전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시작한 정책 중 하나인데요.

하루 네 시간 일하고 정년은 보장해 준다는 장밋빛 홍보와 달리 ′반쪽짜리′ 공무원으로 전락한 처지라고 합니다.

<마봉춘이 간다>에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정성혜 씨는 3년 전 한 중앙행정기관의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임용됐습니다.

하루 네 시간, 주 20시간 근무 조건.

업무능력과 근로의욕은 있지만 전일 근무가 어려운 인재들을 뽑는다는 말에 지원했지만 합격의 기쁨은 잠시였다는데요.

[정성혜/시간선택제 공무원 (2015년 임용)]
″사람을 정원 1로 보는 게 아니라 소수점으로 보다 보니까 책상이 2명에 1개가 지급이 됐습니다. 일 끝날 때까지 가방 들고 옆에서 이렇게 서 있는 게….″

동료들은 ′어쩔 수 없이 뽑았다′,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며 차별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정성혜/시간선택제 공무원 (2015년 임용)]
″주무관들 모임이 있어요. 그런데 그 모임에서 ′시간선택제 채용형 공무원을 꼭 가입시켜야 되나′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일하는 시간이 짧은 만큼 급여도 적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받아든 돈은 생계를 꾸리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는데요.

[이 모 씨/시간선택제 공무원 (2014년 임용)]
″보수가 절반밖에 안 되는 상태에서 수습공무원까지 시키니까….처음에 명세서 받았을 때 실수령액이 40만 원이 채 안됐습니다.″

말이 공무원이지 대우는 그야말로 ′반쪽짜리′.

잦은 초과근무와 불규칙한 일정 탓에 나머지 반쪽 생활마저 힘들었다고 합니다.

[장 모 씨/시간선택제 공무원 (2014년 임용)]
″제가 여기를 퇴직하지 않으면 배우자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가정에서 역할이 바뀐 거죠.″

결국 돈은 하루 4시간 만큼 받으면서 종일 업무에 묶인 거나 마찬가지.

그것도 이른바 기피 업무가 대부분이었다는데요.

[박 모 씨/시간선택제 공무원 (2016년 임용)]
″사실상 4시간에 할 수 있는 업무가 거의 없다고 보셔야 해요. 대부분 민원처리분야가 많거든요.″

정부가 전체 공무원의 1%를 시간선택제로 뽑기로 한 의무비율을 없애기로 하면서 한 때 1천3백 명에 육박했던 선발 인원은 올해 21명으로 급감했고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상황.

이들 역시 천덕꾸러기 반쪽짜리로 남거나 그만둘 수 밖에 없는 막막한 처지가 됐습니다.

[정성혜/시간선택제 공무원 (2015년 임용)]
″현재 상태에서도 퇴사나 임용포기율이 40%에 육박하기 때문에….″

<마봉춘이 간다>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