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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매거진] 경리단길 뜨자…전국에 '리단길' 열풍

입력 | 2018-06-05 07:38   수정 | 2018-06-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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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 전국 곳곳에 무슨 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리나 골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개성 있는 맛집과 카페들이 몰려 있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을 본뜬 거라는데요.

신흥 골목 상권으로 뜨는 리단길 열풍, 취재 내용부터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잠실 석촌호수 부근 골목.

이곳은 요즘 ′송리단길′로 불립니다.

송파의 ′송′에 ′리단길′을 붙여 만들어진 이름인데요.

경리단길과 가로수길 등에 이어 급부상 중인 이른바 핫플레이스.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다는 입소문에 젊은 층으로 북적입니다.

[김세린·신재연]
″SNS를 찾아보다가 유명한 카페들이 많고 거리도 예뻐서 찾아오게 됐어요.″

[송길호·어혜경]
″봄에 석촌호수에 벚꽃 구경오면서 그때 송리단길 처음 접하게 돼서 그때 이후로 주말마다 종종 찾아와서…″

인기가 높아지며 따라 오른 건 상가 임대료.

벌써 50%쯤 오른데다, 없던 권리금까지 생겨 5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중개업소 관계자]
″여기는 (권리금) 해 봐야 3~4천(만 원) 이고 비싸 봐야 5천(만 원) 안쪽이에요. 두어 배 올랐다고 보시면 되고″

또 다른 서울의 리단길, 서울 망원동의 일명 ′망리단길′입니다.

[우평일]
″망원동인데 장사하느라고 망리단이라고 고쳐버렸어. 커피집이 여기 백군데 돼요. 예전에는 없었지. 그러니까 망원동이 별천지가 돼 버렸다니까″

인기를 끈 지 꽤 됐지만 지금도 곳곳에 입점을 준비하는 카페와 식당이 쉽게 눈에 띄었는데요.

[최영준]
″이 동네 유동 인구가 원체 많고요. 아무래도 그런 요구 조건이 충족돼서 이쪽으로 왔습니다.″

[현상철]
″지금은 솔직히 거품이 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여기 상권도 좋고 저도 여기서 살고 싶고 하기 때문에″

상권이 뜨면서 역시 임대료도 전보다 두세 배가량 올랐다고 합니다.

[중개업소 관계자]
″(임대료가) 많이 올랐어요. 오르기는. 임대료 올라서 (가게가) 많이 나가는 것도 있어요.″

◀ 앵커 ▶

리단길 바람,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볼까요?

서울에는 앞서 보신 두 길 외에도 서너 곳이 더 있고요.

수원과 인천도 빠지지 않습니다.

전국으로 봐도 경주, 청주, 전주, 광주, 울산, 문경에 대구와 김해에는 같은 이름의 리단길이, 부산에는 알려진 곳만 4곳 정도가 있습니다.

가히 리단길 열풍이라고 해도 될 정도죠.

왜 저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길 이름을 처음 듣는다는 주민도 많다는데요.

이렇게 리단길이 계속 생겨나는 이유가 뭘까요.

취재진이 전국 곳곳의 리단길을 찾아다녀 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전주 한옥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객리단길′입니다.

조선시대 관리들이 묵었던 숙소인 객사가 인근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몇 년 전부터 이색적인 음식점과 카페 등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전국적인 관광지인 전주 한옥마을 인근인데도 비교적 싼 임대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백태전]
″한옥마을보다 훨씬 저렴하고 감성 자체가 한옥마을보다는 다양한 연령층보다 젊은 층 쪽으로…″

발길이 끊겼던 노후 주택가였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데요.

[황수민·김준모]
″좀 더 특색 있는 곳이 많은 것 같아요. 거기(경리단길)는 크고 예쁜 데가 많으면 여기는 작고 이쁜 데가 많아요.″

경주시 황남동 옛 골목길은 일명 ′황리단길′로 불립니다.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와 책방, 꽃집 등이 들어서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특징.

황리단길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더 늘었다고 합니다.

[김미정]
″옛날 경주의 본래 모습이랑 요즘 젊은 시대의 사람들이 자주 올 수 있는 젊은 카페라든지 예쁜 카페들…″

잘 알려지지 않은 골목들도 리단길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얻자 신흥 리단길도 앞다퉈 생겨나고 있는데요.

광주 동명동의 동리단길.

경리단길을 본떠 이름을 붙였지만 아직 생소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중개업소 관계자]
″동리단길이라고 자꾸 그런 말이 나오는데 난 잘 모르겠어.″

하지만 리단길 효과를 기대해서일까요.

학원 밀집지역이었던 이곳에는 최근 카페와 음식점 창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데요.

[김은채]
″밥이랑 카페가는 상권이 여기가 집중돼 있다 보니까 다른 상권보다는 여기를 택하게 된 거죠.″

◀ 앵커 ▶

자, 그런데 무슨 무슨 리단길이 한두 개 있을 때와 스무 개 넘게 있을 때, 그 사정이 같지는 않겠죠.

정작 원조격인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은 벌써 경기가 예년 같지 않다고 합니다.

관련 뉴스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리단길이 시작되는 초입부터 빈 점포들이 눈에 띄더니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마치 이가 빠진 듯 비어 있는 가게에 임대 광고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는데요.

[문정미]
″기대 많이 하고 왔는데 문도 많이 안 열려 있고 좀 생각보다 별로였던 것 같아요.″

실제 장사도 예전만 못하다는데요.

[아르바이트생]
″평일에는 거의 사람들이 없어요. 월, 화가 특히 심해서 월, 화는 휴일로 하는 가게가 많아요.″

[강정난/중개업소]
″바닥 권리금이 한 5천(만 원)에서 한 1억 정도는 갔었어요. 지금 전체적으로 찾는 분들이 많이 없다 보니까 ′무권리 매장′이 많이 나오고….″

◀ 앵커 ▶

이른바 ′핫플레이스′ 원조로 이름난 골목, 또 있습니다.

바로 가로수길인데요.

지난 1분기 임대료가 작년 같은 기간 비해 13% 가 떨어져서, 강남 8개 상권 중 하락 폭이 가장 컸습니다.

자영업 경기는 안 좋은데 임대료는 치솟다 보니까 아예 문을 닫거나, 좀 더 싼 상권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전국에 ′로데오 거리′ 열풍을 불러왔던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밀어낸 가로수길이 이번엔 세로수길, 샤로수길에 경리단길, 망리단길 같은 신흥 골목까지 등장하면서 자리를 내주는 셈이죠.

◀ 앵커 ▶

낙후된 지역이나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원주민이나 기존 상인이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역시 뜨는 상권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리단길도 예외가 아닐 텐데요.

취재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전주 객리단길에선 이 이름이 붙기 전부터 장사를 해 왔던 상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너무 오른 임대료 때문이라는데요.

[강희종]
″(임대료) 거의 다섯 배 이상 올랐다고 보시면 돼요. 자기 건물 가지고 있는 사람 외에는 세 들어온 사람들은 전부 다 나갔어요.″

뒤늦게 들어왔던 청년 상인들도 임대료 매력이 떨어지면서 2년도 안 돼 짐을 쌀 정도라고 합니다.

[강희종]
″가겟세가 싸서 젊은이들이 창업해서 들어왔는데 점점 가겟세가 오르다 보니까 그런 메리트가 없어지니까…″

광주에 있는 동리단길의 상인도 비슷한 사정을 토로합니다.

[이성심]
″다 쫓겨나고 저만 내 가게니까 있는 거예요. 이 주위에서 있는 사람은 건물주, 저는 건물주니까 가만히 있었고, 그 외 사람은 전부 다 바뀌어졌어요. 세입자로″

◀ 앵커 ▶

인기골목 이름을 갖다 쓰고, 좀 억지스런 이름을 붙여서라도 손님 끌고 싶은 자영업자들, 그만큼 경기가 어렵다는 거겠죠.

하지만 앞다퉈 뛰어들면서 임대료 치솟고 이익은 줄고 손님 뺏기고 손해는 떠안는 이런 악순환을 전국의 리단길들이 겪는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투데이 매거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