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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현장] 더위에 지친 노인들…힘겨운 '폭염 난민' 신세

입력 | 2018-08-07 07:31   수정 | 2018-08-0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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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투데이 현장입니다.

올여름 폭염,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사람 없겠지만 특히나 가혹한 여름을 보내시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반지하나 옥탑방 같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고 있는 노인분들을 김수산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그늘막 하나 없이, 벽과 지붕이 그대로 햇볕에 노출된 좁은 옥탑방.

커튼으로 가려봐도 하루종일 달궈진 벽면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송병호/옥탑방 거주]
″그래도 바깥에 나가면 바람이라도 있고 한데 선풍기 바람 틀어봤자 안돼요.″

아래층에서 에어컨이라도 틀 때면 실외기 열기가 옥탑방 안에 전해져 내부는 한증막으로 변합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나는데요. 지금 이 방 안의 온도는 35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바깥보다 약 3도가량 높습니다.

못 견디게 더울 때면 낡은 에어컨이라도 켜고 싶지만 애꿎은 리모컨만 들었다 놨다, 전기세 걱정이 앞섭니다.

[송병호]
″전기세 비싸서 정 더울 때만 조금 하죠. 오후에…못해요. (거의 안 켜시는구나?) 예, 거의 못 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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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점심밥을 안치고는 곧장 집 밖에 나앉았습니다.

음식 열기가 고스란히 방 안에 머무는 반지하에선 하루 세끼 밥 해먹는 것도 고역입니다.

[장명영/반지하 거주]
″(더워서 요리하기 힘드시니까 한꺼번에 많이 하시는구나?) 네, 자꾸 해 먹으려면 덥잖아.″

햇볕이 들지 않는 반지하라 17년째 선풍기 없이도 견뎌 왔지만, 올여름 폭염엔 어쩔 수 없이 동네 쓰레기장을 다 뒤졌습니다.

[장명영]
″(선풍기) 이것도 주우러 다니니까 없더라고요. 그전에는 많이 있더니. 다섯 개 주워 와서 틀어보니까 되는 것만 놔두고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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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방에서 혼자 사는 강상례 할머니도 올여름 유례없는 더위는 견디기 힘듭니다.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실내, 지열과 습기도 빠지지 않아 문이란 문은 다 열어뒀습니다.

[강상례/반지하 거주]
″숨도 못 쉬게 더워요. 그래도 참고 살죠. 어디로 갈 데가 없으니까 그대로 사는 거죠.″

딱히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었는데, 반가운 벨소리가 울립니다.

구청 강당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로 오라는 전화인데요.

[강상례]
(오늘도 구청 가서 주무실 거세요?)
″예, 갈 거예요. 더우니까.″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구청 직원이 직접 방문해 쉼터까지 모시기도 합니다.

[이윤자]
(날씨가 더워서 어떻게 지내세요?)
″너무 많이 더워요 아주. 용광로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한낮 열기가 밤에도 식지 않던 집에선 대여섯 번씩 잠이 깨기 일쑤였지만, 에어컨 냉기로 시원한 이곳에선 잠 한번 깨지 않고 열대야를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이윤자]
″여기선 땀이 안 나니까 그냥 화장실 가는 것 외에는 깰 일이 없어요.″

열악한 주거 환경 때문에 밤낮없는 찜통더위가 더 가혹한 취약계층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나학수]
″낮에도 35도인데 밤이면 36도 이렇게 올라가요. 제가 어떤 때는 화장실에서 잡니다. 물 틀어놓고…″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는 올여름 폭염.

우리 주변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투데이 현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