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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현장] 자연산 대하?…"구경도 힘들어요"

입력 | 2018-10-10 06:45   수정 | 2018-10-10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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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투데이 현장입니다.

소금 위에 굽기만 해도 맛있는 대하 제철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자연산 대하를 구경하기조차 힘들다고 합니다.

지난여름 지독했던 폭염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김수산 리포터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전국 최대 자연산 대하 집산지, 충남 태안의 한 포구입니다.

예년 이맘때면 수산물 가게마다 자연산 대하가 수북이 쌓여 있었지만 올해는 딴판입니다.

막 정박한 어선의 그물을 들어 올려봐도 대하는 찾아볼 수 없고, 상인들도 자연산 장사는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최미숙/상인]
″지금 다른 때 같으면 냉동 대하 말고 자연산 대하 놓고 팔 때거든 이만큼 쌓아놓고. 그런데 지금 아예 수입이랑 섞여진 거야.″

공급량이 부족하니 가격은 뛰어 1킬로그램에 7, 8만 원 선.

1년 전의 두 배가 됐습니다.

인근의 다른 포구, 여기는 대하가 잡힐까.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민은 새벽 5시부터 7시간 동안 바다에 나가 있었지만 10여 마리밖에 못 잡았다고 말합니다.

[문승만/어민]
″대하가 많이 걸려야 하는데 오늘도 그물에 열 마리 정도 걸렸어요. 엄청 없는 거예요.″

올해 9월 초부터 최근까지 잡힌 대하는 약 5톤.

지난해 이맘때 잡힌 24톤에 비해 약 5분의 1가량이 줄은 양입니다.

대하가 가득 들어 있던 위판장의 수조도 올해는 텅 비었습니다.

[박경환/어민]
″금 대하예요 금 대하, 요즘에는….″

[김태옥/상인]
″(자연산 대하를) 찾는 건 많이 찾는데 잡히지를 않아요.″

지난여름 40도를 넘나들었던 폭염 여파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김명진/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박사]
″(대하가) 살아가는 적정 수온이 있기 때문에 적정 수온이 얼마 만큼 생존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수온이 너무 높으면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의 가을 대하 축제는 양식 대하로 꾸려가는 실정입니다.

[염동운/대하축제 추진 위원회]
″품질 좋은 양식 대하도 풍부하게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관광객 여러분 오셔서 양식 대하 맛도 즐기시는 것도 좋고요.″

대하만 이런 게 아니라 꽃게도 마찬가지.

주 산지인 태안 지역의 자연산 꽃게 위판량은 74.5톤으로 지난해 170톤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이기준/어민]
″작년보다는 3분의 1 정도밖에 안 잡혀요. 올해는 대하도 양이 많이 없고 꽃게도 양이 없어요.″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수온이 점점 높아지면서 우리 바다에서 잡히는 어종은 이미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여기에 매년 폭염이나 혹한까지 반복될 경우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와 대하, 겨울 굴.

각 계절마다 제철 수산물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건, 곧 옛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투데이 현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