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희웅

부모 이어 아들도…병상 없어 죽어간 우한 '일가족'

입력 | 2020-02-17 20:03   수정 | 2020-02-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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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금 보시는 건 중국 우한에 있는 병원에 빼곡하게 놓인 침대입니다.

병원이라기보다는 전쟁터에 있는 막사와 비슷해 보이죠.

체육관을 급히 개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태 초기엔 그나마 이런 병상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집에서 치료 한 번 못받고 숨졌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전해드릴, 일가족 네 명이 모두 세상을 떠난 비극은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베이징 김희웅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흑백 사진에 장발을 하고 있는 사람은 후베이성 영화제작소 간부인 창카이입니다.

지난달 25일 설날 저녁, 창카이는 발열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는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갔습니다.

그러나 병상이 없었습니다.

모든 병원에서 거절당해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병이 악화돼 지난 3일 숨졌습니다.

아버지를 간호했던 어머니도 감염돼 닷새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 창카이에게도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병원을 찾아갔지만 병원은 여전히 병상이 없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아버지처럼 집에서 병이 악화됐고 지난 14일 창카이는 숨졌습니다.

창카이의 누나도 창카이와 같은 날 오후 세상을 떠났고 창카이의 부인 역시 감염돼 입원중입니다.

숨지기 전 창카이는 유언을 통해, ″울면서 애원을 해봐도 지위가 비천한 신세라 병원 침대는 우리와 거리가 멀었다″고 한탄했습니다.

창카이는 회사 간부였고 부모는 병원 교수로 알려졌습니다.

창카이의 이 한탄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병원이 아닌 집에서 죽음을 기다려야 했음을 추정케 합니다.

창카이의 친구는 이런 비극을 알리고 책임을 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한 한 도시에서만 코로나19 공식 사망자는 천 삼백명이 넘었습니다.

집계되지 않은 사망은 더 많고 드러나지 않은 비극도 그럴 것으로 추정됩니다.

베이징에서 MBC뉴스 김희웅입니다.

(영상편집 : 안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