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하늘

[단독] "우리 아이 못 맡겨"…학부모들이 복직 막은 이유

입력 | 2020-05-30 20:23   수정 | 2020-05-30 20:26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몇 년 전 한 사립고등학교의 교사 채용 시험에서 현직 교사들이 지원자의 성적을 조작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교사들이 복직을 하게 돼서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는데요.

MBC가 당시 사건 기록을 입수해서 살펴봤더니, 필기시험의 OMR카드를 조작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손하늘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서울 노원구의 한 사립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침묵 시위를 벌입니다.

[A 씨/학부모]
″비리 교사가 등교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고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교사 채용은 지난 2015년에 있었습니다.

음악교사 1명 모집에 70명이 넘게 지원할 정도로 치열했던 선발 과정.

그런데 4년간 기간제로 일해 친분이 있던 김 모 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동료 교사 3명이 나섰습니다.

시험감독관이었던 유 모 교사가 후배교사 2명에게서 김 씨의 필기시험 OMR 카드를 넘겨받아, 오답 4개를 수정테이프를 이용해 정답으로 바꾸는 방식의 부정행위였습니다.

김 씨의 필기 성적은 35등에서 12등으로 뛰어올랐고, 결국 김 씨는 면접까지 통과해 정규직 교사로 임용됐습니다.

3년 뒤 교육청의 감사로 이 사실이 들통나 해당 교사들은 면직됐고, 지난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적 조작에 관여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공정성을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벌금형을 받은 후배 교사 두 명이 ″면직이 가혹하다″며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고, 지난달 복직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불법 채용을 주도한 선배 교사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점 등이 고려된 조치였습니다.

학교 재단이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성적 조작, 부정 채용에 가담했던 교사들은 다시 돌아와 교단에 서게 됩니다.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B 씨/학부모]
″지필고사의 성적을 조작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어떤 잣대로 이 분은 아이를 가르쳐도 된다고 결정을 내린 건지…″

학교 재단 측은 해당 교사들의 비위 사실과 복직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복귀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