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하늘

[단독][바로간다] 7억짜리를 5억에?…단속 비웃는 '다운계약서'

입력 | 2020-07-02 20:26   수정 | 2020-07-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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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손하늘입니다.

제가 나와있는 곳은 한 달 뒤면 3천 세대가 입주를 시작할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초대형 아파트 단지입니다.

이곳 아파트를 새로 사서 입주하려면 분양권을 사야 하는데, 정부에 신고된 실거래가를 확인해보니 대략 5억 원 안팎입니다.

그런데 이 돈으로는 도저히 집을 살 수 없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이 곳만의 일이 아니라는데 어떻게 된 건지,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이 아파트의 84㎡형은 3년 전 3억 8천만 원에 분양됐습니다.

최근 며칠 사이 신고된 실거래가 중 가장 비싼 가격은 5억 3천만원.

그런데 부동산의 말은 달랐습니다.

5억 3천만원은 어림 없고, 적어도 7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설명..

[운정신도시 A 부동산]
(국토부 실거래가 봤던 게 84㎡가 5억인데?)
″기본적으로 프리미엄이 3억 수준으로 예상을 해요. 전체 금액으로 봤을 때 7억원 내외예요.″

59㎡형 분양권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실거래가가 3억6천만원에서 3억 9천만원으로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2억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운정신도시 A 부동산]
″총 금액은 5억 5천이잖아.″

부동산에 왜 실거래가와 비슷한 매물이 없는지 묻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운정신도시 A 부동산]
″실거래 가격이, 저도 부동산을 하지만…(그런데) 세무서 공무원들 아니죠?″

그러더니 실제 거래액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계약서를 쓰는 ′다운 계약′이 아니면 거래는 꿈도 꾸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운정신도시 A 부동산]
″다운계약서가 열이면, 백 개면 95개가 다운계약서. 여기뿐만 아니고 (일산) OOO도 똑같습니다.″

양도소득세를 덜 내기 위한 전형적인 탈세 목적의 불법 계약입니다.

[운정신도시 B 부동산]
″1년 만에 2억까지 올랐단 말이에요. 그렇게 되면 너무나도 값이 비싼 거잖아요. 그러면 금액을 다운해서 쓰자…″

교통 호재가 있었던 데다 6.17 부동산 대책에도 포함되지 않아 투기 수요가 몰리고 있는 지역.

다운 계약서는 기본이고, 양도소득세 역시 구매자가 대신 내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운정신도시 C 부동산]
″사는 사람이 (양도소득) 세금을 내야 하는 거예요. 사는 사람이 내요, 여기만.″

하지만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주시는 상반기 350건의 거래에 대해 소명자료를 요구해 검토했지만, 이중 다운계약을 적발한 것은 한 건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기완/파주시청 부동산팀장]
″금융 조회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전문적인 수사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서류 상으로는 근거를 찾아내기 어려운 거죠. 통장도 개인 통장이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세무서도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무서 관계자]
″조사해서 확인할 사안이라면 조사 계획을 써서 조사를 나가겠지요.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그런 게 없었고요.″

사정이 이렇게 보니 부동산 업자들은 단속을 비웃고 있습니다.

[운정신도시 A 부동산]
″정부에서 조사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매도자가) 밝히면 (세금이) 5천, 7천 더 들어요. 우리 부동산은 영업정지예요. 밝히는 사람이 있겠어요?″

집값이 솟구치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파주와 함께 6.17 부동산 대책에서 비껴난 경기도 김포와, 대규모 개발이 진행 중인 인천 검단에서도 다운계약서를 강요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천 검단 D 부동산]
″원칙, 규칙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양도소득세를 매수인이 부담을 해 달라, 다운계약서를 써 달라…″

구매자와 매도자, 공인중개업소 3자의 불법 카르텔에 관계 당국은 속수무책입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다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지난해 5월)]
″주택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가 있을 경우에는 지자체 합동조사를 실시하는 등, 투기수요를 철저히 차단하겠습니다.″

바로간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 전승현, 남현택, 이준하 / 영상편집 :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