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백승우

[추락사⑧] "실수로 사망?"…'전과 5범'이 감옥 안 간 비결

입력 | 2020-07-02 21:00   수정 | 2020-07-0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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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 되고 있는 건, 판사들이 선고할 때 참고로 삼는 ′양형 기준′이 낮기 때문입니다.

판결문을 하나하나 분석했더니 이마저도 ′감형′에 유리하도록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망 사고로 여러차례 처벌 받았던 한 사업주가 전과 5범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감옥에 가지 않은 비결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어서 백승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의 한 가죽 가공 공장입니다.

지난 2018년, 외국인 노동자가 3층에서 6m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가죽 더미를 승강기에 싣던 중이었습니다.

[조 모 씨/공장 대표]
″이렇게 연단 말이에요. 이렇게 해서 추락이 돼 버린 거예요. 자기가 열고 푹 떨어져버린 거예요. (승강기 지붕으로 떨어졌어요.)″

원래 문이 열리면 승강기는 멈추지만,

[조 모 씨/공장 대표]
″우리 타는 승강기랑 똑같아요. 문이 열렸잖아요. 안 내려오죠.″

잠금 장치가 고장난 걸 공장에서 제때 고치지 않아 문이 열려도 작동이 가능했던 겁니다.

사업주 조 모 씨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긴 했지만, 1심에서 법정구속돼 두 달을 살았습니다.

[이웃 공장 관계자]
″돈이 없어서 감옥 간 거야. 변호사 살 돈이 없어가지고. 변호사만 샀으면 절대로 감옥 안갔어.″

조 씨는 이미 전과 5범, 사망 사고도 두 번이나 더 있지만 실형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 모 씨/공장 대표]
″죽었다고 전화가 오더라고요. 공장 관리해 줄 때. 툭 떨어져서 죽었다 그러더라고요. (그때는 뭐 나왔어요?) 그때는 벌금이요. 5백만 원인가 나왔어요. (두번째는 뭐예요?) 노인 양반이 술 먹고 죽었어. 제가 그때 공장 대리였어요. (그것도 벌금이겠네요?) 그렇죠. 그땐 회사에서 다 내줬으니까.″

벌금만 내리 5번, 어떻게 가능했을까?

동종누범, 그러니까 같은 범죄를 여러차례 저지르면 처벌이 무거워지는데, 벌금형 범죄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양형기준에서 동종누범 같은 가중요소가 많으면 형이 늘어나고 유족과 합의 등 감경요소가 많으면 줄어드는데 1심에서 동종누범이 반영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전체 감경, 가중요소가 각각 몇 개씩 선고에 반영됐는지도 분석했는데, 감경이 2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양형기준이 감형쪽으로 기울어진 겁니다.

[전형배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이 양형기준이 바로 개인이 운전을 하거나 실수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를 생각한 거예요. 개인이라는 것은 먹고 살아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봐줄 수 있는 요소가 많이 필요하죠. (하지만)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 생긴 경우에는 이 가중요소, 감경요소가 안 맞는 거죠.″

양형기준이 기울어졌다는 MBC 분석에 대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경청할만한 지적″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또 오는 13일 열리는 양형위 회의에서 양형기준을 수정할지 말지 결정한 뒤, 고친다면 현재 양형위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까지는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인터랙티브

* MBC 기획취재팀 [사람이, 또 떨어진다] 추락사 1136 추적보도
http://imnews.imbc.com/newszoomin/groupnews/groupnews_13/index_day4.html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