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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처참함에 할 말 잃어"…물 빠진 '민통선 마을' 가 보니
입력 | 2020-08-06 20:09 수정 | 2020-08-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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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무려 700밀리미터의 비가 쏟아진 강원도 철원.
그 중에서도 최 북단 민통 선 마을은 북한에서 흘러 내린 한탄강의 물이 넘치면서, 최악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물이 조금 빠지긴 했는데, 직접 눈으로 본 마을의 상황은 너무나 처참 했습니다.
강화길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 지붕만 드러냈던 철원군 이길리 마을.
물이 빠졌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군부대 초소에 막혔습니다.
침수돼 위험하기도 하지만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이기 때문입니다.
검문소 너머로 보이는 마을이 바로 이길리입니다.
어제 지붕 처마 밑까지 차올랐던 물은 모두 빠졌습니다.
이제 밤사이 대피했던 주민들이 서서히 복구를 위해서 마을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수해 참상을 꼭 알려야 한다는 주민의 협조를 받아 어렵게 마을로 들어가 핸드폰으로 실상을 찍었습니다.
물이 빠진 마을은 겉으로 보기엔 평온해 보입니다.
하지만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자, 서서히 수해 현장의 참혹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마을 골목길에 냉장고가 널부러져 있고, 어느 집 탁자는 담벼락에 걸려 있습니다.
LP가스통도 위험하게 나뒹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 집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장영환/철원 이길리 주민]
(오늘 아침 일찍 들어왔더니 집안 사정이 어떻던가요?)
″뭐, 암흑이죠. 어디서 어떻게 할지 살림살이고 다 뒤죽박죽이 되고…″
지금 여기 보시면 물이 찬 흔적이 보이실겁니다. 제 키가 178cm입니다. 제 키보다 높이 물이 찼던 겁니다.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수재민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쁜 손을 놀렸습니다.
흙탕물 범벅인 가재도구를 씻고 또 씻었습니다.
혹시 집안은 괜찮을까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처참한 상황에 말문이 탁 막힙니다.
가족의 삶과 함께 했던 세간살이가 완전히 뒤엉켜 있습니다.
[임득재/철원 이길리 주민]
″냉장고고 뭐고 그냥 다… 차마 뭐라고 엄두가 안 나. 이걸 어떻게 하냐고… 어떻게 치우냐고.
안타까운 주민들을 뒤로 하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한탄천 범람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하천 둑 곳곳이 깎여나갔습니다.
[수재민]
″저 밑에는 둑이 있고 여기는 둑이 없잖아, 지금. 여기서부터 이제 출렁출렁 대면서 이게 넘은 거야.″
범람 현장은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여전히 강한 물살이 흐르는 한탄천.
긴 제방이 속절없이 잘려나갔습니다.
닷새 동안 내린 700mm가 넘는 물폭탄에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24년 새 세 번의 물난리를 겪은 이길리 마을.
언제 또 이 난리를 겪어야 끝이 나냐며 되묻고 있습니다.
MBC뉴스 강화길입니다.
(영상취재: 김유완(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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