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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폐허된 베이루트…잔해 속 울려퍼진 할머니의 연주
입력 | 2020-08-06 20:29 수정 | 2020-08-0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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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의 현장이 공개 됐습니다.
축구장 만한 분화구가 생겼고 그 주변은 지우개로 지운 듯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폭발을 일으킨 질산 암모늄을 왜 6년 동안 방치했는 지 레바논 정부가 진상 규명에 착수했습니다.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폭발과 화염이 휩쓸고 간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불에 탄 건물과 차량들이 앙상한 잿더미로 변했고, 아직도 하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위성사진에선 폭발 전 창고와 컨테이너가 즐비했던 곳이 지우개로 지운 듯 사라졌습니다.
해가 지고 난 뒤에도 항구에선 손전등에 의지해 실종자를 찾는 애타는 수색이 계속됐습니다.
건물 잔해에 깔려있던 27살 청년은 16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습니다.
그러나 아직 실종자가 수십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최소 130여명, 부상자는 5천여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은 30만명에 달합니다.
아기가 태어나 기쁨을 만끽하던 한 부부의 행복은 채 나흘이 가지 못했습니다.
집 유리창이 모두 깨지는 충격을 피하려 온 몸을 던져 아이를 보호했지만, 나흘전 태어난 아기는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넬리 아조리·조지 아조리]
″집에 있는 모든 것, 사방이 모조리 폭파됐습니다. 저를 보세요. 제 아기를 지키려 애썼지만 이 이상 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폐허를 딛고 일어나려는 노력도 시작됐습니다.
성한 유리창이 남아있지 않은 거리에서 젊은이들은 빗자루와 삽을 듣고 위험한 폭발 잔해들로 가득한 골목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라나 마퀴다즈/자원봉사자]
″어쩌면 이게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인지 몰라요. 우리가 서로 돕고 함께하는 한 거리를 청소하고 깨진 유리를 줍고 잔해를 치우는거죠.″
폭발로 여기저기 부서진 가구가 가득한 집안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할머니.
손녀는 다른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할머니의 연주를 SNS에 올렸습니다.
집을 잃은 이웃들에게 빈 방을 내주자는 운동도 시작됐습니다.
폭발 원인은 수천톤의 질산암모늄을 방치한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레바논 정부는 부실 관리 책임을 물어 창고 직원들을 가택연금했지만, 정작 세관 직원들은 질산암모늄의 위험성을 이미 6차례 당국에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무능한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습니다.
[제프 므라드/레바논 주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세요. 100년 전으로 후퇴했어요. 만약 더 젊었다면 다른 나라에 가서 새 삶을 사는게 더 나을 겁니다.″
정파간 정쟁과 부패한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으면서, 레바논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C 뉴스 이정은입니다.
(영상편집: 오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