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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찬
여행사 접고 오토바이 배달…"이 악물고 버텼지만"
입력 | 2020-12-30 20:36 수정 | 2020-12-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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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크리스마스가 있던 지난주.
자영업자들에겐 원래 최대 대목이어야 할 때이지만, 지난주 전국 소상공인 카드 매출은 1년 전의 44%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같은 주의 매출이 백만원이었다면 올해는 44만원에 불과했다는 뜻인데요.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나쁜 수치입니다.
특히 서울의 매출은 작년의 39%에 그치면서, 코로나 3차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새해를 앞두고, 지난 여름 뉴스데스크에서 인터뷰했던 자영업자들을 다시 한번 찾아가 봤습니다.
당시에도 이를 악물고 버티던 이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김민찬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 리포트 ▶
명동에서만 14년째 삼겹살집을 운영 중인 배윤식 씨.
[배윤식/지난 6월]
″힘들어요. 언제 이게 정상으로 돌아갈는지 너무 힘들어요.″
지난 6월 인터뷰 이후 반년 만에 다시 만난 배씨 부부.
오전 9시 반, 어김없이 식당 문을 열고, 밥을 안치고 두부를 구우며 점심을 준비하지만 가슴은 돌덩이입니다.
[이인자/식당 운영]
″힘들어요. 희망이 있어야 되는데 희망이 없으니까 그게 힘들죠. 희망이 없으니까.″
점심시간에도 조용한 가게, 배씨는 그저 문밖만 내다볼 뿐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여섯 시간 동안 손님이라곤 고작 3테이블.
1인분에 7천 원 하는 찌개 주문 7개가 점심 매출 전부입니다.
저녁은 더 심각합니다.
영업제한 시간인 밤 9시까지 저녁 손님은 네 테이블이 전부.
[배윤식/식당 운영]
″문 잠그고 나갈 때 진짜 비참해요, 비참해.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해. 마누라 보기도 미안하고...″
하루 5-60만원 하던 매출이 지난 6월엔 3-40만원으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그때는 여름만 버티면 좋아질 거란 희망이 있었습니다.
요즘 하루 매출은 10만원대.
한푼도 안 쓰고 다 모아도 임대료 낼 돈도 안 됩니다.
임대료도 4개월치나 밀렸습니다.
그나마 5월엔 소상공인 대출이라도 받았지만, 이젠 더 빌릴 데도 없는 상황.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길어야 한 두 달입니다.
[배윤식]
″결국에는 보증금 다 까먹고 이제 몸만 나가게 된다 그런 식이 된다는 얘기가 되겠지.″
지난 8월 만났던 여행사 대표 조성진씨.
[조성진/지난 8월]
″정신적으로 그나마 이거 하면서, 하니까는 조금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올 봄 코로나로 여행업이 올스톱되자, 급한대로 사무실 한구석에서 회를 떠 팔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후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조씨의 손엔 배달음식이 들려 있었습니다.
″네 놓아두고 갈게요. 감사합니다.″
포장횟집으로는 벌이가 안 돼, 오토바이를 사서 배달기사로 나선 겁니다.
올해만 직업을 벌써 두 번 바꾼 셈입니다.
[조성진/여행사 대표]
″그냥 절벽에 내몰린 거예요. 내몰렸기 때문에 각자 생존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냥 이거라도 하면서 이제 버텨보는 거죠.″
27년. 평생을 바쳤던 여행사는 이제 폐업합니다.
분신 같은 여행사만큼은 어떻게든 살려두고 싶었지만, 임대료에 세금, 관리비까지 감당할 길이 없는 데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끝난다 해도 언제 다시 여행 경기가 살아날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조성진/여행사 대표]
″서류를 다 폐기하면서, 이제 그만해야 되겠다. 이렇게 버텨봤자 버텨봐도 의미가 없다. 몸이 좀 건강하게 유지돼야만 그래도 배달이라도 하면서 연명을 할 수 있을 거 아녜요.″
코로나가 터지고 열 달.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이고 빌릴 수 있는 돈은 다 빌려가며 용케도 2020년을 버텨온 자영업자들.
어떻게든 살아내다 보면 끝이 보일 거란 희망으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없이 새해를 맞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영상취재 김우람 / 영상편집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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