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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투데이 현장] 서민에게 더 힘든 '생활 속 거리두기'
입력 | 2020-05-18 06:45 수정 | 2020-05-1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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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원칙을 항상 지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 이런 ′생활 속 거리두기′가 서민들, 특히 취약계층에는 한층 더 어렵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정동욱 기자가 현장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이른 새벽, 서울 남구로역 삼거리.
매일 2천여 명 안팎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하루 벌이를 위해 모이는 곳입니다.
새벽 5시를 갓 넘긴 시간인데요.
거리는 일자리를 찾아 나온 사람들로 빈 공간을 찾기 어렵습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거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옆 사람과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가까운 상황.
마스크를 쓰고는 있지만 일거리를 찾는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담배를 피우며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분주한 발걸음 속에 운 좋게 일감을 찾은 사람들.
비좁은 승합차에 촘촘히 올라타고는 몸을 싣고 일터로 향합니다.
오늘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1주일에 많이 나가야 하루, 그렇지 않으면 못 나가고…″
하루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 같은 코로나 걱정은 나중 문제입니다.
[일용직 노동자]
″차 안에서 거리를 2미터 둔다는 건 거짓말이고요… 많이 조심하죠.″
김포 신도시에서 서울 김포공항역으로 향하는 도시철도.
″생활 속 거리두기에 동참합시다.″
출근길 지하철 안은 금세 북새통입니다.
마스크를 써도 열차 안은 옆 사람과 얼굴이 맞닿을 만큼 빼곡합니다.
광역 버스보다 출근 시간이 1시간 가까이 절약되는 지하철로 승객들이 몰리는 건데, ′생활 속 거리 두기′보다는 지하철을 제시간에 못 탈까, 더 걱정입니다.
[박해성]
″한 3번 기다려야 돼요. 이 사람들 다 타려면…″
영세 상인들에게도 ′생활 속 거리두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영세 업소들이 몰려있는 서울 종로의 락희 거리.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조그만 이발관에 5개의 작은 좌석이 놓여있습니다.
정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2M를 띄워야 하지만 실제 좌석간 거리는 70cm,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려면 손님을 계속 받아야 하는데, 거리 두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이정모/이발소 대표]
″그렇지 않아도 손님이 없는데, 이제 조금 오는 편인데, 이거 다 지키려면 가게 문 닫아야죠.″
주머니 가벼운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생활 속 거리두기는 또 다른 부담입니다.
서울의 한 공공 도서관 열람실.
좌석을 한 칸씩 띄워 지그재그 형태로 사용하도록 돼있습니다.
평소보다 좌석수가 절반으로 줄다 보니 자리 경쟁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시간당 몇 천원씩 내야 하는 사설 독서실에 가느니,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보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습니다.
[김효동/취업준비생]
″조금이라도 늦게 왔으면 자리가 없어서 예약을 못해서 다시 집으로 갔을 거 같아요. 사설 독서실도 몇 번 가본 적이 있고 그리고 주로 카페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코로나 사태 이후 취약계층일수록, 사회적 약자일수록, 감염 위험도, 경제적 피해도, 더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
[정근식/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적인) 능력에 따라서 감염병이 대유행을 할 때 피해의 정도가 달라진다. 시간이나 공간에 완전 얽매여 있는 그런 사람들은 피해가 굉장히 커지는 거죠.″
생활 속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려면 출퇴근 시간이나 공공시설 이용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무엇보다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사회적 대책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MBC 뉴스 정동욱입니다.